"미투 고백했다가 명예훼손 전과자"... 성범죄 피해자 옥죄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미투 고백했다가 명예훼손 전과자"... 성범죄 피해자 옥죄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 정한솔 기자
  • 승인 2018.02.28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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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고죄 조항 삭제된 2013년 6월 이전 성범죄 가해자 사실상 처벌 불가능
성범죄 가해자가 피해자 미투 고백 '사실 적시 명예훼손' 으로 고소 가능
재판 통해 성범죄 피해자가 명예훼손 무죄 입증해야... 피해 폭로 '걸림돌'

[법률방송] 각계각층에서 자고나면 터져 나오는 성희롱과 성추행 온갖 성추문. 이슈 플러스 오늘은 미투 운동 관련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2차 피해 얘기 해보겠습니다. 정한솔 기자 나와 있습니다. 

[유재광 앵커] 일단 가해자 처벌 얘기부터 해볼까요. 미투를 해서 성폭력 사실을 폭로하면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는 건가요, 어떤가요.

[정한솔 기자] 네, 일단 사건이 벌어진 날짜가 2013년 6월 이전인지 이후인지가 중요합니다.

[앵커] 그게 왜 중요한가요.

[기자] 네, 2013년 6월을 기점으로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됐는데요. 즉 2013년 6월 이전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검찰과 경찰의 수사와 기소가 가능했는데, 2013년 6월에 친고죄가  폐지되면서 2013년 6월 이후에는 피해자의 신고가 있지 않더라도 검찰과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 착수와 기소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친고죄 조항이 삭제된 2013년 6월 이후 사건은 피해자 고소가 없더라도 적극 수사하라”는 발언도 이런 배경과 맥락에서 나온 겁니다.

[앵커] 2013년 6월 이전 사건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네, 피해자 입장에선 참 안타깝지만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 형법은 사건이 벌어진 날을 기준으로 법을 적용하는데요. 2013년 6월 전에 성범죄는 친고죄여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와 처벌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범죄의 경우 고소 기간이 피해 발생 시점에서 6개월로 돼 있어 이미 고소 기간이 한참 지났습니다. 따라서 현행법으론 2013년 6월 이전 성범죄는 미투 고백을 하더라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미성년자 성범죄의 경우 2008년 2월 폐지됐기 때문에 이 이후 벌어진 성범죄라면 일단 수사는 할 수 있는데, 이것도 공소시효 등 경우의 수가 복잡해 실제 처벌로 이어질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앵커] 정말 어렵게 용기를 내 고백을 했는데, 안타깝네요. 그런데 미투를 한 피해자가 거꾸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말은 또 뭔가요.

[기자] 네, 성폭력 피해사실을 SNS 등에 실명으로 고백했을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데요

형법 307조 1항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입니다.

해당 조항을 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내가 누구에게 어떤 어떤 일을 당했다’고 고백을 하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 한 거에 해당해 상대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앵커] 속으로만 앓다가 힘들게 용기를 냈을 텐데, 좀 그러네요.

[기자] 네, 최근 성희롱 사실을 폭로한 대가로 명예훼손 고소를 당하고 벌금 70만원 처분을 받았다는 글이 SNS에 올라오는 등 실제 미투를 하는데 상당한 제약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재용 변호사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이재용 변호사 / JY 법률사무소] "언론에다 공개하시는 피해자 분들은 두가지 중에 하나에요. 이게 명예훼손 될지 안 될지 전혀 모르고 하시는 분들. 아니면 알긴 알지만 내가 혹시라도 처벌 받을 가능성을 리스크를 안고 하시는 분..."

[앵커] 그러면 성범죄 가해자가 안면몰수를 하고 명예훼손 고소를 하면 피해자가 무조건 처벌받는 건가요, 어떤가요.

[기자] 네, 꼭 그렇지는 않은데요.

명예훼손 처벌 관련 형법 310조에는 “진실한 사실로써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른바 위법성 조각사유 또는 책임성 조각사유인데요. 그래도 문제는 남는 게 폭로 내용이 “진실한 사실” 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폭로라는 걸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성범죄라는 게 통상 증거나 증인 없이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점과 해당 내용 폭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거라는 것 등을 입증하기가 일반인들로선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이 미투 운동에 장애물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앵커] 대안 같은 게 나온 게 있나요

[기자] 네, 꼭 이 미투 운동 때문은 아니지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입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존재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법안인데요.

가령 특정한 잘못을 해서 이미 소정의 처벌을 받은 사람의 범죄 사실 등을 반복 폭로해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이중처벌이 될 수 있다 이런 반대 논리도 많많치 않습니다.

[앵커] 이거야말로 상식과 원칙이 필요해 보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정한솔 기자 hansol-ju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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