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강용주씨, 출소 후 줄곧 보안관찰 신고 거부
"사상과 양심, 거주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권리 침해"... 재판 넘겨져
법원 "보안관찰 기간 갱신 위법, 법치주의 기본권 침해"... "무죄" 선고

[앵커] 1985년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4년간 옥살이를 했던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출신 강용주씨에 대한 보안관찰법 위반 재판에서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LAW 인사이드’, 신새아 기자와 보안관찰법 얘기 해보겠습니다.

[앵커]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출신이라고 하는데 먼저 강용주씨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좀 전해주시죠.

[기자] 네, 강용주씨는 전남대 의대 재학 중 23세이던 지난 1985년 당시 안기부가 발표한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사형이 구형됐고, 이듬해인 1986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안기부 발표 당시부터 고문과 폭행, 조작간첩 논란이 컸던 사건인데요. 강용주씨는 김대중 대통령 집권 후인 1999년 2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풀려날 때까지 이른바 ‘전향서’ 제출을 거부하고 14년간 복역해 ‘세계 최연소 장기수’로 기록됐습니다.

현재는 광주에서 가정의학 전문의로 일하고 있습니다. 5·18 유족과 부상자들을 위한 ‘광주트라우마센터’ 초대 이사장을 지냈고, 지금은 군부독재 시절 조작간첩 등 자신과 같은 고문 피해자들을 위한 재단법인 ‘진실의 힘’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보안관찰 신고를 거부하며 20년 가까이 국가와 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끈질기면서도 일관된 삶이네요. 그런데 보안관찰이 뭔가요.

[기자] 네, 보안관찰은 거슬러 올라가면 1936년 일제 때 만들어진 ‘보호관찰령’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데요. 한마디로 일제가 말을 듣지 않는 조선인, 이른바 ‘불령선인’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고 보면 됩니다.

해방 이후 사라졌다가 유신 때인 1975년 ‘사회안전법’ 이라는 이름으로 30년 만에 다시 ‘부활’했고, 1989년 ‘보안관찰법’으로 개정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일제 때는 독립군 같은 ‘불령선인’ 들이 ‘보호관찰’ 대상이 됐다 치고, 지금은 어떤 사람들이 보안관찰 대상이 되는 건가요.

[기자] 네, 보안관찰법에는 “국가보안법이나 내란음모 혐의로 3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보안관찰 처분 대상으로 삼는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앵커] 뭣 때문에 보안관찰을 한다는 건가요.

[기자] 네, 이것도 보안관찰법에 나와 있는데요. “특정범죄를 범한 자에 대하여 재범의 위험성을 예방하고 국가의 안전과 사회의 안녕을 유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앵커] 보안관찰 대상자로 지정되면 그런데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보안관찰 대상자로 지정되면 3개월마다 자신의 주요 활동 내역을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고, 이사나 해외여행, 심지어 국내에서도 10일 이상 여행을 가려면 관할 경찰서에 미리 신고를 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할 예정인지를 국가에 다 신고해야 한다고 보면 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보안관찰 대상자인 강용주씨가 이런 신고를 거부했다는 거네요.

[기자] 네, 보안관찰법은 보안관찰 처분 기간을 일반적으로 2년으로 하는데요. 법무부 장관은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기간을 갱신할 수 있습니다.

강용주씨는 1999년 사면된 후 2년마다, 지금까지 모두 7차례 보안관찰 대상자로 재지정돼 18년 간 어떻게 보면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계속해 오고 있는데요. 그동안 강용주씨는 일관되게 보안관찰법상 관련 신고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사상과 양심, 거주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는 게 강용주씨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승소를 거둔 겁니다.

[앵커] 재판부 판단이 어떻게 되나요.

[기자] 네, 검찰은 강씨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고, 그제 1심 판단이 나왔는데요.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는 “강씨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적은데도 보안관찰 기간을 갱신한 것은 위법하다”며 “강씨가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강씨의 거주 형태나 직업, 활동 등을 볼 때 안정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재판부 설명입니다.

재판부는 나아가 “보안관찰 기간 갱신 처분이 위법하면 법치주의 원칙상 기본권 보장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보안관찰 기간 갱신 처분이 위법’하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기자] 네, 가장 마지막인 지난 2015년 8월에 내려진 강씨에 대한 법무부 7차 보안관찰 처분 결정의 주요 사유를 보면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와 자주 접촉’ 했다는 건데요.

‘조작간첩’ 사건 피해자들의 치유를 돕는 활동이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와 자주 접촉’ 한 걸로 돼서 보안관찰 갱신 사유가 된 것입니다. 이 점을 두고 재판부가 ‘보안관찰 갱신 처분이 위법’ 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강용주씨에 대한 8차 보안관찰 갱신 여부가 임박했는데 이번에는 법무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입니다.

[앵커] 앞서 법무부의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황당한 징계 철회 소식 전해드렸는데, 정말 공무원들 일하는 방식은 가끔가다 보면 황당할 때가 많은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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