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사법절차 투명화 위한 판결문 공개 방안' 토론회 열려
헌법 109조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현실은 정반대
토론회 "법원이 '재판과 판결 공개 원칙' 사실상 사문화시켜"
"통합 사이트, 임의어 검색 등 확실한 공개 방안 만들어야"

[앵커] 국회에서 오늘(22일) 오후 ‘사법절차 투명화를 위한 판결문 공개 방안’ 이라는 이름의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LAW 인사이드', 정한솔 기자가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얼마 전에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판결문 전문을 올려서 이른바 법조 출입기자단 1년 출입정지 중징계를 받았는데 이 얘기부터 짚고 넘어가 볼까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법조기자단은 ‘판결문은 당사자나 이해관계자가 아니면 제공받을 수 없고, 법원이 기자단에 판결문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나올 수 있다’ 이런 이유를 들어 기자단 출입정지 1년의 중징계를 결정했습니다.

쉽게 말해 1년 동안 기자실도 못 들어가고 어떤 자료도, 법원·검찰 브리핑 같은 것도 못 받게 된 겁니다.

[앵커] 출입정지 1년이면 정말 중징계인데, 그런데 재판과 판결은 공개가 원칙 아닌가요.

[기자] 네,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데요.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는 재판 공개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163조에도 ‘확정 판결의 판결서를 누구든지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앵커] “누구든지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는” 판결문을 공개한 게 그럼 왜 문제가 돼서 출입정지 1년을 당한 건가요.

[기자] 네, 이 부분이 바로 국회가 오늘 판결문 공개 방안 토론회를 연 취지와 맞닿아 있는데요. “누구든지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다”고 법에는 돼 있지만, 문제는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는 판결문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앵커] 그게 무슨 말인가요.

[기자] 네, 국회 법사위원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늘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6년까지 5년간 법원에서 처리된 781만 5천 405건의 본안 사건 중 판결문이 공개된 경우는 1만 5천 140건에 불과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1천 건 중 2건, 0.2%만 공개된 겁니다.

[앵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재판과 판결 공개 원칙’을 법원이 사실상 깔고 앉아 사문화시키고 있는 거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공개 건수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다른 문제점들도 산적해 있습니다.

일단 우리나라 법원은 확정 판결만 공개하고요. 판결문 통합검색 사이트가 없어 전국 법원 24개 사이트를 일일이 각각 들어가 찾아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판결 하나 열람할 때마다 1천원의 수수료도 내야 하고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형사소송은 ‘임의어’ 검색도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앵커] 임의어 검색이 안 된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기자] 네, 말 그대로 그냥 임의의 단어로 검색이 안 된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고법 항소심에서 30억원 넘는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는데도 집행유예로 풀려났잖아요.

그럼 뇌물공여 다른 사건 피고인들은 법원이 형량을 얼마나 내렸을까 궁금해서 찾아보고 싶어도 애초 ‘뇌물공여’ ‘횡령’ 이런 단어로 판결을 검색할 수가 없게 돼 있는 겁니다. 애초 검색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 마디로 “판사들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어디 비교해 볼라고 그래, 국민들은 알 생각 하지 마” 이런 거 아니냐 힐난해도 법원 입장에선 딱히 반박할 말이 없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그들만의 리그’ 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돼 있나요.

[기자] 네, 미국 연방법원 판결은 24시간 이내 공개가 원칙이고요. 영국, 네덜란드 등은 1주일 이내, 프랑스는 1개월, 독일은 3개월 내에 판결문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들 나라들은 확정 판결 전이라도 1·2심 판결이 나는 대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하나의 사이트에서 다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도 전국 3천개 이상 재판소 판결문을 하나의 사이트에서 1주일 이내 공개하도록 하고 있고, 공개하지 않을 경우 판사가 비공개 사유를 명확히 기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뭔가 개선이 확실히 필요해 보이는데 토론회에선 어떤 방안들이 거론됐나요.

[기자] 네,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이 그대로 개선점으로 지적됐는데요.

확정 판결 전이라도 1·2심 판결문을 모두 공개하자, 임의어 검색을 허용하자, 하나의 사이트에서 검색이 가능하도록 하자 이런 내용입니다. 한 마디로 ‘판결문 좀 공개하고 좀 찾아볼 수 있도록 하자’ 이런 내용입니다.

금태섭 의원이 현재 관련 내용이 담긴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입니다.

사법부 투명성 제고와 법원 신뢰 회복을 위해선 판결문의 신속하고도 완전한 공개가 급선무라는 데 토론회 참가자들 모두 이견이 없었습니다.

[앵커] 네, 이른바 법조기자단을 고리로 한 언론과 법원·검찰 사이 견고한 카르텔도 깨고 국민 알권리도 신장하고 법원에 대한 신뢰도 제고하고, 일석3조, 4조인데, 안 하겠다면 뭔가 다른 뜻이 있다고밖에는 볼 수 없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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