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법원장이 재량으로 판사 배치... 법관 독립 침해"
총 9명으로 사무분담 위원회 구성해 판사 배치 등 결정
법원장 지휘로 사무 처리 '기획법관'도 위원회가 추천

[앵커] 서울중앙지법이 어제(19일) 전체 판사회의를 열었습니다. 'LAW 인사이드', 석대성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앵커] 석 기자, 서울중앙지법 전체 판사회의, 안건이 뭐였나요.

[기자] 크게 두 가지입니다. 법관 사무분담 위원회 구성과 기획법관 추천, 이렇게 두 주제인데요.

어제 오후 4시, 바쁘고 재판 많기로 유명한 서울중앙지법에서 전체 판사 327명 중 절반 이상인 175명이 판사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앵커] 그만큼 판사들 관심 사안이라는 건데, 먼저 법관 사무분담 위원회 얘기부터 해볼까요. 사무분담, 뭐 어떤 사무를 어떻게 분담한다는 건가요. 

[기자] 판사들이니만큼 주 업무인 재판 업무 분담 관련인데요. '법원재판사무 처리규칙'에 따라 지금까지는 어떤 판사가 민사 재판을 맡을지 아니면 형사 재판을 맡을지, 말 많고 탈 많은 영장전담판사는 누구에게 맡길지 등을 모두 각급 일선 법원장이 정했습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그러다 보니 판사들은 법원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법원장이 마음에 안 드는 판사는 특정 재판 업무에서 배제할 수도 있는 구조라 법원 내에서는 그동안 말이 많았던 오래된 얘기입니다.

[앵커]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기본적으로 법원장 재량으로 해오던 법관 사무분담을 앞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재판부 증설 또는 폐지, 판사 배치 등을 민주적으로 결정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앵커] 위원회라면 위원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직급별로 고르게 배분했습니다. 일단 부장판사와 단독판사, 합의부 배석판사 이렇게 직급별로 각 2명씩 6명이 추천됐고요. 여기에 민사 제1·2수석부장판사와 형사수석부장판사 등 총 9명이 사무분담 위원으로 활동합니다.

[앵커] 그런데 인사가 법원장 재량인데, 판사들이 판사회의를 열어 "이렇게 하자" 결정했다고 이게 바로 시행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신임 민중기 법원장이 법원 민주화 방안을 논의해보라고 지시함에 따라 어제 판사회의가 열린 만큼 무리 없이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법원장 마음대로 재판장을 정하는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는데요.
 
서울중앙지법이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만큼 '법관 사무분담 위원회'는 다른 각급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동원 대구고법 공보판사 얘기 들어보시죠.

[강동원 / 대구고법 공보판사]
"고등법원 저희도요, 지금 판사회의 해서 사무분담을 정하고 있어요. 법원장님들이 주로 여러 사정들을 다 고려해서 결정하셨는데, 이제는 좀 더 민주적으로 그런걸..."

[앵커] 김명수 대법원장 발 법원 민주화 바람이 일선 법원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것 같은데 '기획법관' 이건 또 뭔가요.

[기자] 기획법관은 법원장 지휘를 받아 각종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보직인데요. 쉽게 말해 종전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처럼, 각급 법원장들의 지시사항과 명을 전달하고 이행 여부까지 파악하는 법원장의 수족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앵커]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이 기획법관도 그동안 법원장의 손발 역할을 해온 만큼 법원장들이 직접 임명했는데요. 앞으로는 기획법관도 사무분담 위원회에서 후보자들을 추천하겠다는 겁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어제 4명의 판사가 후보로 추천됐는데, 2명은 고사했고 사법연수원 33기와 35기 판사 2명이 후보에 올랐습니다. 민중기 법원장은 이 중 1명을 기획법관으로 선정합니다.

[앵커] 기획법관을 포함한 판사 인사권, 차포를 다 떼어주겠다는 거네요.

[기자] 네, 관련해서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법관 장악과 상명하복 통로로 쓰였던 '기획법관 제도'를 사실상 아예 폐지하겠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날 법원 내부게시판에 "기획법관을 활용해 일선 법원과 소통하는 방식을 탈피하겠다"며 "매월 초 기획법관들로부터 받던 주요 상황보고를 더는 받지 않고, 기획법관 회의도 열지 않겠다"고 공지했습니다. 사실상 폐지를 고지한 겁니다.

[앵커] 네, 법관 사무분담 위원회, 법원장의 선심이 아닌 '제도'로 정착됐으면 좋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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