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이전 8차례 오욕의 개헌사... 모두 권력자의 집권 유지가 목적"
"6·10항쟁으로 쟁취한 9차 개헌, 30년 지나면서 소임 다했다는 데 공감"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우리 상황에 맞아... 개헌 정족수는 반드시 바꿔야"
"인간 존엄은 사회 위한 몸부림에 있다... 가브리엘 마르셸의 말 좋아합니다"

[앵커]

오늘(20일) 오전 국회에선 문화분야 헌법 개정 토론회가 열렸고, 오후엔 경찰청에서 영장청구제도 관련한 개헌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모두 한국헌법학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인데요.

빨라지고 있는 개헌 시계, 대한민국 최고 헌법 전문가들이 모인 한국헌법학회 회장, 고문현 교수를 만나 개헌의 의미와 헌법의 시대정신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LAW 투데이 인터뷰’, 정한솔 기자입니다.

[리포트]

숭실대 연구실에서 만난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은 깡마른 체구에 꼿꼿한 모습이 ‘천생 헌법학자’처럼 보였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바탕 헌법 강의로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고문현 / 한국헌법학회장]

“일단 1948년 헌법을 만들고 나서 1987년까지 9번, 9차의 개헌이 됐었는데 아시듯이 87년부터 지금까지 30년이 지났어요. 입던 옷도 크면 또 맞춰서 새로 입어야 하듯이 헌법도...”

이승만 재선을 위한 ‘발췌 개헌’과 기상천외의 ‘사사오입 개헌‘, 박정희 3선을 위한 ’3선 개헌‘과 종신 대통령을 꿈꿨던 ‘유신 개헌’, 그리고 전두환 대통령 추대를 위한 간선제 체육관 선거를 만든 신군부의 ‘8차 개헌’ 까지.

8차까지 대한민국 개헌사는 오로지 권력자의 집권 유지가 그 목적이었습니다.

[고문현 / 한국헌법학회장]

“장충단체육관에서 추대해서 박수만 치면 되는 그렇게 해서 전두환 대통령이 선출이 됐고 물러나고 나서도 뒤에서 수렴청정하려고 대통령 선출할 때 선거인단에 의한 선출을 계속 고집을...”

‘직선제 개헌은 없다’는 전두환 정권의 1987년 4·13 호헌 조치.

거기 맞서 들불처럼 일어난 민주화 항쟁. ‘독재 타도’ ‘호헌 철폐’,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핵심 요구는 저 여덟 자 구호로 압축됩니다.

6월 민주항쟁의 성과물이 바로, 다시 찾은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제9차 개헌, 지금의 헌법입니다.

[고문현 / 한국헌법학회장]

“한국판 명예혁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항복 선언을 받아내서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해 냈고 그것을 토대로 지금까지 네 번 다섯 번 대통령을 국민이 내 손으로 뽑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제9차 개헌으로부터도 30년이 더 지났습니다.

그 사이 국정농단 사태로 수백만 시민이 촛불을 들었고, 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 사태를 목격했고, 여야 대선 후보 모두 ‘개헌’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이제 제10차 개헌은 ‘시대정신’ 이고, 그 시대정신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선 헌법 전문에 3·1 만세운동과 4·19 혁명에 이어 6·10 항쟁 정신 계승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고문현 교수의 인식입니다.

[고문현 / 한국헌법학회장]

“헌법 현실이 30년 지나는 동안에 많이 바뀌었다. 그럼 그 바뀐 것을 담아서 넣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시대정신인데 6·10 항쟁에 대해선 많은 분들이 공감대를...”

그렇다면 10차 개헌에 담겨야 할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큰 관심사인 통치구조 관련해서 고문현 교수는 한국 상황에 맞는 통치구조는 ‘대통령 4년 중임제’라고 말합니다.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의 경우 내치와 외치가 무 잘리듯 딱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고, 세계 유일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등을 감안한 결론이라는 설명입니다.

[고문현 / 한국헌법학회장]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한 번 더 책임을 지게 하는, 5년 단임제를 하게 하니까 직 끝나고 책임도 안지고 그냥 나가니까, 열심히 하면 국민이 다시 뽑아주겠다는 그런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각론에서는 반드시 바꿔야 할 조문으로 ‘헌법 개정 정족수’를 꼽았습니다.

지금처럼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이 아닌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완화하고 결정은 국민에 맡기면 된다는 겁니다.

[고문현 / 한국헌법학회장]

"너무 과중된 조건이야. 이러다보니까 30년 만에 (개헌을) 하려 해도 지금 또 특정 정당이 반대하면 안 되는...”

한국헌법학회는 산하에 총강전문, 기본권, 정부형태, 사법제도, 지방분권 등 7개 분과 헌법개정연구회를 두고 있습니다.

국회를 포함해 그 어떤 기관 단체보다 내실있고 탄탄한, 헌법에 관한 한 말 그대로 최고의 전문가 집단입니다.

고문현 교수의 말에선 그런 학회에 대한 애정과 긍지가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고문현 / 한국헌법학회장]

“국회에서는 자기가 추천한 당의 입장을 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저희들은 그게 아니고 정말로 당과 관계 없이 오로지 미래와 미래세대 그리고 국민만 바라보는...”

고문현 교수는 실존주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셸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한국헌법학회와 자신에게 부여된 책무를 강조했습니다.

[고문현 / 한국헌법학회장]

“언젠가는 자기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죽는 바로 그 순간까지 뭔가 그 사회를 위해서 의미있는 일을 하려는 그 진지한 몸부림에 인간의 존엄이 있다. 그 말에 제가 감동을 받아서...”

‘헌법은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천사’ 라는 말로 헌법의 의미와 중요성을 정리하는 것으로, 고문현 교수는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한국헌법학회는 다음 달 초에 제10차 개정 헌법 초안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당리도 당략도 일체 초월했다는, 헌법은 시대정신의 반영이라는 고문현 회장이 이끄는 한국헌법학회가 내놓을 개정 헌법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정한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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