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주종 지정하지 않고 주유만 요구... 주유소 직원, 경유차에 휘발유 주유
1심 "100% 주유소 과실"... 2심 "외관상 경유차 구분 어려워, 운전자 책임 30%"
경유 차에 휘발유를 넣었을 경우 운전자가 “경유 넣어주세요” 라고 주종을 지정해주지 않았다면 운전자에게도 과실이 있을까요, 그래도 100% 주유소 과실일까요.
'오늘의 판결'은 살면서 ‘아차’ 하면 겪을 수 있는 주유 사고’관련한 판결입니다.
BMW 경유차 운전자인 A씨는 지난해 9월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를 갔습니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차 시동도 안 끄고 휘발유인지 경유인지 유종도 말해주지 않고 A씨는 그냥 주유를 요청했고, 주유소 직원은 시동이 켜진 차에 늘 하던 대로 휘발유를 주유했습니다.
휘발유가 주유되는 걸 본 A씨는 바로 주유를 멈추게 했지만 이미 18리터의 휘발유가 BMW 경유차에 들어간 뒤였습니다.
A씨는 견인차를 불러 차를 견인시킨 뒤 휘발유를 빼내고 연료 필터와 연료 탱크 등을 교체한 뒤 주유소를 상대로 830만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주유소에 모든 책임이 있다며 A씨가 청구한 금액을 모두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부(박미리 부장판사) 판결은 1심과 달리 차 주인 A씨에게도 30%의 과실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차의 경우 외관상 경유 차량인지 휘발유 차량인지 구별이 어렵고, A씨가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주유를 요청했을 뿐 아니라 유종도 알려주지 않았다. A씨에게도 30%의 과실 책임이 있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경유인지 휘발유인지 주종을 지정하지 않고 주유를 요청하는 경우 통상 휘발유로 주유하는 관행을 반영한 판결입니다.
배상 범위도 견인 비용과 연료장치 세척비용 57만원, 수리 기간 렌터카 비용 등 248만원으로 한정해 이 가운데 70%인 174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수리비의 얼마를 받아냈든 이러니저러니 해도 차 뜯어내고 이것저것 바꾸고 고치면 속상하는 건 차 주인입니다.
시간도 그야말로 1~2초밖에 더 안 걸리니 시동 끄시고 "경유 5만원이요" 하고 주종 확실하게 말해주는 게 혹시라도 나중에 속 안 상하는 확실한 길인 것 같습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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