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이어 이윤택까지, 성추문에 무너지는 한국 문화판... 법적 쟁점은
고은 이어 이윤택까지, 성추문에 무너지는 한국 문화판... 법적 쟁점은
  • 정한솔 기자
  • 승인 2018.02.19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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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대부' 이윤택, 기자회견 열고 공식 사과
"어떤 벌도 받겠다" 했지만 '공소시효' 의혹까지
문학·연극 잇단 성추문... 뿌리 흔들리는 문화계

[앵커]

20년 가까이 만성적, 관행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러 왔다는 의혹에 휩싸인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전 예술감독이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성폭행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SNS에 올라온 주장 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며 부인했습니다.

노벨문학상 후보까지 올랐던 시인 고은씨에 이어 '연극계 대부'로 불렸던 이윤택씨까지, 한국 문화계를 뒤집어놓고 있는 성폭력 논란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정한솔 기자가 심층리포트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지난 14일 SNS에 이윤택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실명으로 폭로한 글입니다.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그는 그 당시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

이후 내용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민망함을 넘어 참담한 수준입니다.

김수희 대표가 올린 글은 연극계의 ‘미투’ 운동에 불을 지폈고, 관련 ‘고백’들이 이어지다, 급기야 지난 17일에는 ‘윤택한 패거리를 회상하며’라는 글이 올라옵니다.

연희단거리패에 있던 2001년 19살 때, 극단을 나온 후인 2002년 20살 때, 두 번 이윤택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입니다.

‘김보리’라는 가명으로 올라온 이 글은 직접 겪지 않았으면 쓰기 힘들다 싶을 정도로 상황과 행위 묘사가 구체적입니다.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폭행에 대해 단원들이 마치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듯이 각자에게 일어난 일과 목격한 일을 모른 체하며 지냈다”는 것이 글쓴 이의 주장입니다.

엄청난 논란이 일고 비난이 쏟아지자 이윤택씨는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이윤택/ 연극연출가]

“저에게 피해를 입은 당사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이씨는 그러면서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성폭행 의혹에 대해선 “성관계는 있었지만 강제로 하진 않았다“며 ”인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이윤택/ 연극연출가]

“제가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성폭행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폭로 내용이 거짓이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씨는 “이 문제를 여기서 진위를 밝힐 수는 없다“며 성폭행 의혹은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이윤택/ 연극연출가]

“죄송합니다. 더 이상 이 문제는... 차라리 법적 절차에 따라서 그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수십 년 나이 차가 나는, 갓 스무살 연극인 지망생과 성관계는 있었지만 강제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이윤택씨의 주장입니다.

정말 이윤택씨의 주장처럼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 걸까요. 강간죄 성립의 법적 요건은 어떻게 돼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강간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297조를 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돼있습니다.

여기서 폭행 또는 협박은 통상 물리력을 포함한 유무형의 모든 ‘힘’으로 해석됩니다.

직접적인 협박이나 물리력 행사가 없었더라도, 이른바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할 분위기나 상황에서 이뤄진 성관계라면 성폭행이 성립한다는 것이 다수 견해입니다.

이씨의 경우 ‘연극계 거장’이라는 지위와 신분을 이용해 이제 막 극단에 입문한 19살 여성과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졌다면

강간이 성립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신은규 변호사]

"종속적인 관계잖아요. 그 종속적인 관계에서 발생한 어떤 위력으로 추행한 것에 해당할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습니다."

문제는 성범죄 공소시효.

가장 중한 성폭행의 경우에도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주장하는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건 16년이 지났습니다.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도 처벌도 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이 때문에 이윤택씨가 ‘법적 절차’ 운운한 것을 두고 과연 진정성 있는 사과냐는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소희 / 연희단거리패 단장]

“법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한다라는 것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한 부분 (죄송하고)..."

연희단거리패는 오늘 극단 해체를 선언하고, 진상조사를 통한 피해 규명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수사권이 없는 극단 조사위가 어떤 결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법률방송 정한솔입니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씨가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박태유 기자 taeyu-park@lawtv.kr
연극연출가 이윤택씨가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박태유 기자 taeyu-park@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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