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혐의 소명 정도에 비춰 죄책 다툴 여지 있다"
'MB 오른팔' 이재오 "길가에서 10억원? 신빙성 없다"
법조계 "검찰, 일부 진술만 의지... 무리한 영장 청구"

[앵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불법 총선 여론조사에 쓴 혐의로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어제(13일) 밤 늦게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담당 판사가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여서 일각에선 "또 '기각 천사' 권순호 판사냐"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요.

석대성 기자가 영장 청구 사유와 기각 사유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사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하나는 "혐의 소명의 정도에 비춰 피의자가 죄책을 다툴 여지가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주거가 일정하고 소환에 응하고 있는 점을 종합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범죄혐의 입증도 부족하고, 수사도 성실하게 받고 있고 도주 우려도 없다"는 겁니다.

검찰은 앞서 구속영장 청구서에 "장 전 기획관이 2008년 4월 총선 직전 청와대 행정관 이모씨를 통해 국정원 자금 10억원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해당 행정관이 서울역 인근 도로에서 국정원 직원에게 10억원이 든 캐리어를 건네받아 장 전 기획관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당시는 5만원권이 없던 시절로 10억원을 현금으로 받으려면 가방 한두개로는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영장 청구 당시 나오기도 했습니다. 

[K은행 관계자]
"캐리어에요? 못 들어가죠. 제일 큰 캐리어로는 한 다섯개 정도는 들 거 같은데요."

특히 당시는 18대 총선과 맞물리면서 선거 유세와 광우병 집회가 절정이던 때.

그런 상황에서 그런 불법한 돈을 시위대가 밀집한 서울역 인근 도로에서 주고받았겠냐는 겁니다.

'MB 오른팔'로 불린 당시 막후 실세였던 이재오 전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검찰의 영장 청구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재오 / 전 늘푸른한국당 대표]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니까 재판부에서도, 일개 청와대 행정관에게 길가에서 10억원을 건네준다? 신빙성이 없는 거죠."

법조계 반응도 "검찰이 일부 진술에만 의지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것 같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최진녕 변호사 / 법무법인 이경]
"(법원이) 아예 범죄 자체에 대해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해버려서, 그 말은 뭐냐면 이거 그대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에는 무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말이나 마찬가지인 거예요."

MB로 향하는 국정원 특활비 수사가 일단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가운데, 검찰은 구체적인 기각 사유를 살펴본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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