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면죄부’ 논란 가열... 이재용 2심 판단 뒤집은 최순실 1심,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
‘이재용 면죄부’ 논란 가열... 이재용 2심 판단 뒤집은 최순실 1심,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8.02.14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순실 1심 “삼성의 승마 지원 대가성 있다”... 뇌물 액수 늘어나
이재용 2심 증거능력 부인한 '안종범 수첩'도 "정황증거로 인정"
법조계 "대법원 고민할 여지 생겨"... 전원합의체 회부 전망 유력

[앵커 멘트]

최순실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어제(13일) 법원의 국정농단 사건 1심 판결은 여러모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와 판단을 달리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두 재판부 모두 삼성의 '승계작업'이라는 현안과 '부정 청탁'은 없었다는 데는 판단을 같이 했습니다.

이를 두고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시각과 논란이 많은데, 정말 그런 걸까요.    

장한지 기자의 심층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이재용 부회장이 받는 뇌물 혐의부터 구분해서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 혐의는 크게 세 갈래입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78억원 규모의 승마 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원 출연, 미르·K스포츠재단 204억원 출연,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이 가운데 승마지원은 ‘직접 뇌물’, 동계스포츠센터 및 재단 출연은 ‘제3자 뇌물’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제3자 뇌물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금품을 공여하게 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공무원이 직접 돈을 받는 게 아니라 한 다리 건너 돈이 오가는 만큼, 대가성과 함께 부정 청탁이 있어야 범죄가 성립합니다.  

반면 구체적인 청탁이 없어도 공무원에게 뭔가 대가를 바라고 돈을 준 경우에는 뇌물죄가 성립합니다.

즉, 제3자 뇌물죄는 대가성과 부정 청탁 둘 모두가 입증돼야 하지만, 뇌물죄는 대가성만 입증되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강신업 변호사 / 법무법인 하나]
“제3자 뇌물제공죄에서는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돼요. 꼭 있어야 된다고요.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없어도 돼요. 부정한 청탁이 필요가 없어요. (부정한 청탁이 없어도) 뇌물죄가 성립되는데...”

어제(13일) 최순실씨 1심 판결로 다시 돌아가 보면 재판부가 부정한 청탁이 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제3자 뇌물 혐의에 관한 부분입니다. 뇌물 혐의에 대한 판단이 아닙니다.

부정청탁이 없었다는 재판부 판단이 곧 ‘뇌물죄 면죄부’라는 인식은 이처럼 제3자 뇌물죄와 일반 뇌물죄를 혼동한 데서 온 혼선입니다.  

최순실씨가 받는 혐의도 이 부회장의 혐의와 대동소이합니다.

이 부회장은 ‘뇌물 공여자’, 최씨는 ‘뇌물 수수자’ 라는 게 다를 뿐입니다.

일단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 포괄적 현안인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승계작업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제3자 뇌물 혐의가 적용된 동계스포츠센터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은 둘 다 모두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직접 뇌물 혐의가 적용된 승마 지원 판단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일단 최순실씨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가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사이에 수첩 기재와 같은 내용의 대화가 있었다는 정황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에 있다고 판단한 말 소유권도 최씨 1심 재판부는 삼성이 아닌 최순실씨에게 있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뇌물 액수도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가 판단한 36억원이 아니라, 말 구입비 등을 포함해 72억 9천여만으로 2배 더 많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 최씨 1심 재판부는 승마지원을 둘러싼 ‘대가 관계’ 성립을 명확히 했습니다.

“대통령의 광대하고 막강한 권한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승마지원 당시 대가 관계가 있는 뇌물인 점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재판부 설명입니다.

종합하면, 이 부회장은 단순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에 못이겨 금품을 준 피해자가 아니라,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없었더라도 ‘대가’를 바라고 거액을 제공한 뇌물 공여자라는 것이 최씨 1심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박주민 국회 법사위원 / 더불어민주당 의원]
“말 관련돼서 다시 한 번 물론 하급심이긴 하지만 뇌물로 볼 수 있다고 판단이 나온 거니까 대법원 입장에서도 그냥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의 내용을 그대로 존중하기보다는 다른 고민을 할 여지가 조금 생긴 것이죠.”

사안의 엄중함과 그 파장, 그리고 같은 사안임에도 피고인이 누구냐에 따라서, 1·2심 재판부 판단이 거의 180도 엇갈리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국정농단 뇌물 재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합니다. 

전원합의체에 회부된다면,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이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지, 초미의 관심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