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상도례, 직계 혈족·배우자·동거 친족 등 사이 재산범죄 처벌 못 해
절도·사기·횡령·공갈 등에 적용... "국가 개입보다는 가족끼리 해결"
형법상 범인은닉죄·증거인멸죄·증인은닉죄도 별도 특례... "처벌 못 해"

[앵커] 60대 아버지가 소파 밑에 숨겨둔 억대의 현금을 훔쳐서 쓴 아들이 기소도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얘기, 어제(7일) 이어 김수현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에서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앵커] 김 변호사님, 사건 내용 간략히 다시 한 번 설명해주시죠.

[김수현 변호사] 아버지가 집 소파 밑에 보관해둔 2억 5천만원 중 1억 8천만원을 둘째 아들이 훔쳐다 쓴 사건인데요. 이 행위 자체는 절도죄에 해당이 되지만 형법상 친족상도례의 규정으로 인해서 아들은 처벌받지 않은 사건입니다.

[앵커] 친족상도례, 이게 뭔지 다시 한 번 설명해주시죠.

[김수현 변호사] 친족상도례는 일정한 재산 관련 범죄의 경우 이것이 친족 간에 발생한 경우 그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인데요.

이 조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동거 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고 규정이 돼 있습니다.

따라서 검찰이 기소를 하더라도 법원에서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검찰이 애초에 이런 사건은 기소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2항을 보면 그외 친족 간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을 하고 있는데요.

이보다 좀 더 먼 친족 간에 발생한 범죄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다는 '친고죄'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규정은 왜 두고 있는 건가요.

[김수현 변호사] 국가적인 차원에서, 친족 간 내부의 일은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기 보다는 친족끼리 그냥 알아서 해결하도록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 때문에 이런 규정을 뒀습니다.

[앵커] 만일 아버지나 어머니가 "이 놈 자식, 버릇을 좀 고쳐놔야 해"라며 검찰에 기소를 요청하거나 고소를 하면 어떻게 되나요.

[김수현 변호사] 이런 경우에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처벌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처벌을 할 수는 없고, 가정교육을 제대로 다시 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앵커] 그럼 아버지나 어머니 돈 훔치는 건 일단 어떻게든 처벌은 안 받는 거네요, 현행법상으로는.

[김수현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앵커] 근데 만약에 아버지 재산인줄 알고 훔쳤는데 아버지 재산이 아닌 다른 사람 것이었다면 어떻게 되나요.

[김수현 변호사] 이 친족상도례 규정은 행위자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느냐는 영향이 없습니다. 즉, 객관적으로 친족관계가 있었느냐 여부에 따라 판단을 하는데요.

따라서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사람 재산인줄 알고 아버지 재산을 훔친 경우에는 절도죄로 처벌받지 않게 되고요. 

반대로 아버지 재산인줄 알고 다른 사람 재산을 훔친 경우에는 절도죄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앵커] 절도 말고도 친족상도례라는 게 적용되는 범죄가 다른 게 있나요.

[김수현 변호사] 형법상으로 사기죄, 공갈, 횡령, 배임, 작물, 그리고 권리행사방해죄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형법상 범인은닉죄, 증거인멸죄, 증인은닉죄도 친족 관계를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데요. 친족이나 동거 가족인 범죄자를 위해서 범죄자를 숨겨주거나 그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은닉하거나, 아니면 증인을 숨겨주거나 도피시킨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친족 관계끼리는 이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을 해서 이런 친족 간의 특례규정을 또 만들어 두고 있습니다.

[앵커] 부모님을 상대로 사기, 공갈, 이런 걸 실제로 하는 자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쳇말로 좀 웃기면서도 슬픈, 이른바 '웃픈' 현실이자 법 규정 같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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