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와 편견 '이중고' 겪는 수감자 자녀들
"우리는 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고맙다는 아이들의 말 한마디가 가장 큰 힘"
"아이들이 당당한,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을"

[앵커]
"애는 뭔 죄냐." 일상생활에서 가끔 쓰는 말인데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수형자 자녀만큼 이 말이 들어맞는 경우도 없을 것 같습니다.

생활고와 범죄자 자식이라는 사회적 편견, 이런 이중고에 시달리는 수감자 자녀들이 수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국내 유일의, 수형자 자녀들을 돕는 아동복지단체 ‘세움’을 만든 이경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LAW 투데이 인터뷰’, 정한솔 기자입니다.

[리포트]

6살 지능을 가진 주인공이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흉악범들이 수감된 교도소에 들어가, 우여곡절 끝에 바깥세상에 혼자 남겨진 7살 딸을 교도소로 몰래 ‘반입’, 교도소에서 함께 지내며 벌어지는 일들을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감성 터치로 그린 영화 ‘7번방의 선물’입니다.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맙습니다.”       

“영화에서 아역 주인공 예승이의 나이는 7살입니다.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예승이처럼 엄마나 아빠가 교도소에 수감 중인 미성년 자녀들은 연간 5만 4천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굳게 닫힌 문 슬며시 손 내밀면 열립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국내 유일 수감자 자녀 아동복지단체, ‘세움’ 이경림 대표 사무실에 걸려있는 문구입니다.

[이경림 / 세움 대표]
“제가 봤을 때는 사실 아이들도 가족들도 가족의 어떤 범죄사실에 대해서 마음을 닫고 있어요. 그럴 때 슬며시 손 내밀면 이들이 사회에 대해서 닫힌 마음들이 열릴 것이다.”  

원래 아동복지단체에서 일했던 이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수감자 자녀들을 만나게 됐고, 지난 2015년 지금의 ‘세움’을 만들었습니다. 

[이경림 / 세움 대표]
“부모의 범죄로 인해서 제2의 피해를 받는 그런 아이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부모가 죄를 지었으니까 넌 당연히 힘들게 사는 게 맞아’ 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2015년 조사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 수감자 자녀는 연간 모두 5만 4천명 가량.

이 가운데 초등학생 연령이 30%, 취학 전 아동들도 25%에 달해 수감자 미성년 자녀 절반 이상이 초등학생 연령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수감자 가족 절반은 가족 해체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모의 사랑과 애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어린 나이에 사실상 가족의 울타리와 사회에서 소외, 방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경림 / 세움 대표]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적인 모순으로 인해서 빈곤이라는 것이 발생을 하고 그 빈곤에 가장 많은 피해를 받는 아이들이 바로 수감자의 아동이라고 생각을...” 

그래서 장학금 지급 등 금전적인 지원은 기본. 

세움이 최우선으로 공을 들여 하는 일은 아이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주고 같은 처지의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캠프를 여는 등 ‘가족’과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이경림 / 세움 대표]
“결국은 우리가 이 친구들하고 함께 살아가야 되는 거잖아요. (부모의 수감이) 위기일 순 있는데 그것을 잘 넘어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기댈 어깨가 되어주는 게 필요할 것 같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가족’을 연결시켜 주는 것.

범죄자 아빠, 엄마라고 숨고 외면하기만 했던 아들이 아버지를, 딸이 어머니를 만나고 얘기하고 마음을 터놓게 ‘다리’를 놓아주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하는 당일도 이 대표는 교도소로 면회 가는 날이라며 환하게 웃습니다.

[이경림]
“자녀가 네 명이고 아버지가 수감되어 있는데 사실 엄마도 면회갈 차비가 없어서 다 같이 면회를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저희랑 연결이 돼서... 

세움이 처음 설립된 2015년 전만 해도 수감자 자녀 통계 같은 기초자료도 없었지만 그나마 지금은 정부 관련 부처에서도 관심을 갖는 등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럼에도 이경림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합니다. 

함께하는 세움 동료들에게 그런 이 대표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최경희 / 세움 운영팀 팀장]
“열정을 따라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수감자 자녀와 그리고 그 가족들에 대한 일에 가장 최우선으로 항상 달려가시고 매진하시는 모습이..."

우리 사회 가장 그늘진 곳에 있는 수감자 자녀들이 따뜻해지면,  다른 소외계층 자녀들에게도 그 햇살이 골고루 퍼질 거라는 이경림 대표.

‘감사하다’는 수감자 자녀들의 가슴을 연 말 한마디가 이 대표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유이자 힘입니다.

[이경림 / 세움 대표]
“(수감자 자녀가) ‘우리 가족 모두가 면회하게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면회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저희가 5만 4천명의 모든 아이들을 다 만날 수는 없지만 이렇게 한 가족 한 가족 세워져 가는 일들을 할 때 많은 보람이...”

수감자 자녀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을 위해 이경림 대표와 세움 가족들은 오늘도 교도소로, 수감자 가족 속으로 들어갑니다.   

법률방송 정한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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