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판사 특별감사해라" 국민청원 하루 만에 10만 넘어
"여론재판 안돼... 사법부 판단 존중해야"... 법원은 '대응 자제'

[앵커]

어제(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직후부터, 담당 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의 이름이 줄곧 포털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내리며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 부장판사가 그동안 내린 판결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자는 등의 청원 글이 올라와 하루 만에 청원자 수가 10만명을 넘기도 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 결과를 국민들은 왜 이렇게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건지, 정한솔 기자의 심층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오늘(6일) 오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서울고법 정형식 부장판사를 파면해달라는 청원이 하루 만에 수백 건이
올라왔습니다.

“돈이면 다 되냐”는 식의 직설적인 표현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간간이 “정형식 판사 판결 존중” 글이 달려있긴 하지만 절대 다수는 정 부장판사를 비난하는 내용입니다.

“정형식 판사의 판결을 특별 감사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엔 이미 10만명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열린 후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상식과 정의, 국민을 무시하는 부정한 판결”이라는 청원자의 주장에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겁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쏟아지는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선고 결과와 해당 재판부에 대한 엄청난 비판과 비난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가장 논란이 큰 건 승마 지원을 위해 해외로 송금한 용역비 36억원에 대해 뇌물과 횡령 혐의를 유죄로 봤으면서도, 정작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입니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도피’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들에게 도피의 범의도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는 이렇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법령을 위반하여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켰을 때”라고 돼 있습니다.

36억원 용역비는 뇌물과 횡령에 해당하는 만큼 “법령을 위반하여 재산을 국외로 이동” 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돈이 우연히 건너간 것도 당연히 아니고 말 구입 용역비로 의도적으로 ‘송금’ 한 겁니다. 

그런데도 재산을 해외로 빼돌릴 ‘도피의 범의’도, ‘도피’도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민변 등이 “‘술을 마셨지만 음주운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식의, 전형적인 견강부회 판결”이라고 비판하는 이유입니다.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국민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 법리들은 고차원적인 판결이 아닙니다. 엉터리 판결입니다."

재산국외도피 형량은 도피액이 5억원 이상일 때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집행유예는 3년 미만 징역형에 대해서만 함께 선고할 수 있습니다. 

말 용역비 36억원이 유죄로 인정됐다면 이 부회장은 원초적으로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김남근 변호사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뇌물 공여 의사는 있었지만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키려는 의사는 없었다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기계적이고 뭐 일반인들의 어떤 상식적인 판단에서 벗어나는 판단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측면은 양형의 형평성입니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만 해도 당장 안종범 전 수석 등에게 5천 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은 박채윤씨의 경우,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이러니저러니 해도 뇌물 공여액이 36억원이 넘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재벌 회장들에 대해 천편일률적으로 ‘3년 미만 징역, 5년 미만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해서, 이른바 ‘3·5 재판’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온 우리 법원.
그런 법원에 대해 “그러면 그렇지” 하는 시민들의 냉소입니다.

[김현희(29)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집행유예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을 했는데 아니다 다를까 집행유예가 나와서..."

하지만 삼권분립이 엄연한데, 청와대 게시판에 특정 판사 파면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실제 그런 일은 가능하지도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현 /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

"재판부로서는 사실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삼성이 아무 대가 없이 돈을 주진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여론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흔드는 행위입니다."

법관들 사이에서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 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법원은 “정형식 판사 청원” 글에 일절 대응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어서 무조건 구치소에 가둬놓는 것도 안 될 일이지만, 이재용 부회장이어서, 이재용 부회장이기 때문에 풀어주는 일은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될 어떤 일일 겁니다.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진정으로 사랑받고 신뢰받는 길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좋은 재판'의 실현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말입니다.

법률방송 정한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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