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노동·인권변호사로 일하다 법제처장 발탁 후 8개월... "해야 할 일이 보여요"
변호사 첫 해 수임사건 '전부 패소'... 이 악물고 공부해 이듬해 '전부 승소'한 악바리
'사회적 약자'와 '차별 시정'을 화두로... "국민들이 '바뀌었구나' 체감하게 해야죠"

[앵커]

'문재인 변호사' 법무법인의 변호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법제처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몸담았던 법무법인 '부산'에서 25년간 노동·인권 변호사로 일했던 김외숙 법제처장 얘기인데요.

'LAW 투데이 인터뷰', 오늘(31일)은 김외숙 법제처장을 만나 '공무원'으로 보낸 지난 8개월과 문재인 대통령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석대성 기자입니다. ([일문일답] 김외숙 법제처장 인터뷰)

[리포트]

온화하면서도 강단 있어 보이는 얼굴.

여성으로는 역대 두 번째, 문재인 정부 초대 법제처장에 발탁된 김외숙 법제처장입니다.

노동·인권변호사에서 국가 법령을 총괄하는 법제처장으로 보낸 지난 8개월의 소회부터 물었습니다. 

[김외숙 / 법제처장]
"공무원 생활 처음 해보는 거고요. 시간이 굉장히 빨리 흐른 것 같아요.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눈에 보여요..." 
  
1967년생, 스스로를 '포항 가스나'라고 부르는 김외숙 법제처장.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 법대를 가고,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변호사가 된 것도 한결같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외숙 / 법제처장]
"저희 집안도 그랬고요. 공장 노동자들의 생활을 어려서부터 쭉 봐왔기 때문에, 이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 되려면 법률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사법연수원 시절에도 구로에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무료 법률상담을 했고, 연수원을 수료할 때도 판·검사는 전혀 선택지에 없었습니다.

[김외숙 / 법제처장]
"사실 법원이나 검찰로 가게 되면 주어진 일들을 하는 것이고 변호사는 자유업이잖아요. 찾아가면서 일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그래서 '노동변호사가 되겠다'라는 생각을..."

80년대 군사정권 시절 학교를 다니며 '데모'를 안 하고 사시 준비를 한 부채의식도 컸습니다.

그렇게 변호사가 된 후 김외숙 변호사는 무작정 부산으로 문재인 변호사를 찾아가 법무법인 '부산'에 합류, 노동·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됩니다.

1992년, 그의 나이 겨우 25살 때 일입니다.

[김외숙 / 법제처장]
"'노동 변호사로 살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보니까 혼자서, 혼자 개업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거예요. 그래서 가서 (문재인 변호사에게) 일을 배우면서..."

그러나 '기대했던' 문재인 변호사는 별다른 걸 가르쳐주지 않았고 김외숙 변호사는 변호사 첫해, 맡은 사건에서 전부 패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이때 자신이 패소했던 재판들을 반면교사 삼아 이를 악물고 공부, 이듬해인 93년 김외숙 변호사는  수임 사건 전부 승소, 단 한 건도 지지 않는 반전을 만들어냅니다.

[김외숙 / 법제처장]
"굉장히 기억할 만한 사건이 여러 건 있었는데요 대부분은 해고 사건이었습니다. 징계 절차상의 하자나 징계의 양정에 있어서 과중했다는 점을 중심으로 변론을..." 

노동·인권 변호사로 만 25년, 김 처장은 산업재해보상법상 얼굴 흉터 장애등급 판정이 성별로 달라, 남성이 오히려 장애등급 판정에서 역차별받는 사건에서의 승소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재판으로 꼽았습니다.

[김외숙 / 법제처장]
"그 사건을 계기로 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 바뀝니다. 그래서 얼굴에 생긴 흉터를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지 않고 '사람'으로 바뀌는..."

법제처장으로 해온 일 중 가장 보람있게 생각하는 것도 역시 '차별 시정'입니다.

[김외숙 / 법제처장]
"작년에 저희가 화재보험법에 동일한 내용을 개정했습니다. 그때 느낀 생각이 이렇게 동일한 내용인데도 연동돼서 고쳐지지 못하고 산재돼 있는 법령들이 많겠다..."

그런 '차별 법령'들을 다 찾아내 모두 손보겠다는 것이 김외숙 법제처장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복지, 여성, 노동 등 관련 법령 전수 조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김외숙 / 법제처장]
"말씀드린 것처럼 차별적인 법령을 정비하는 것. 그래서 국민들이 현실에서 '바뀌었구나'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제가 목표로..."

인터뷰 말미, 슬쩍 '문재인 변호사는 어떤 사람이었냐'고 묻자 정색을 하고 이런 답변이 돌아옵니다.

[김외숙 / 법제처장]
"제가 제일 존경하는 법조인입니다. 경청하는 능력, 공감하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의뢰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얘기를 굉장히 경청을..."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에 맞서 법원에서 싸웠던 노동·인권 변호사에서, 이제는 차별 법령을 '몽땅' 손보겠다는 김외숙 법제처장.

인터뷰 내내 김외숙 법제처장이 가장 강조한 말은 '사회적 약자' 그리고 '차별'입니다.

인권변호사에서 공무원으로.

발 딛고 있는 곳은 바뀌었지만 지향하는 바는 달라진 게 없는 김외숙 법제처장의 법제처가 어떤 성과를 낼지 기대됩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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