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안종범 전 수석에 차씨 지인 채용되도록 "KT 회장에게 연락" 지시
광고사 강탈 시도 관련 "권오준 포스코 회장 통해 절차 살펴보라"며 개입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광고사 강탈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측근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5명을 27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앞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을 기소할 때와 마찬가지로 차씨의 범행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공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이를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광고사)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게 잘 챙겨줘라”거나 “홍보전문가(차씨의 지인)가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KT 회장에게 연락하라”고 지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27일 직권남용 및 강요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연합뉴스

 

검찰은 이날 차씨와 송 전 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 외에 포레카 강탈에 연루된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김영수 포레카 전 대표, 모스코스 사내이사 김모씨 등 3명은 강요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차씨는 지난해 3~6월 최씨, 송 전 원장 등과 함께 대기업의 각종 광고를 수주할 목적으로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의 지분을 강제로 빼앗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차씨는 당초 광고계 지인이던 김홍탁씨를 대표로 하는 주식회사 ‘모스코스’를 세워 직접 포레카를 인수하려다 실패하자 포레카 인수에 나선 중소 광고사 대표 한모씨에게 지분을 내놓으라고 부당한 압력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포스코 권오준 회장과 포레카 김영수 대표를 통해 매각 절차를 살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뒤 권 회장과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모스코스가 포레카를 인수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차은택씨가 2014년 8월 상명대에서 열린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뒤편에 서 있다. /연합뉴스

안 전 수석과 차씨 등으로부터 이같은 뜻을 전달받은 김영수 대표는 한씨에게 “포스코 최고위층과 청와대 어르신(안 전 수석)의 지시사항”이라고 말하며 지분 80%를 넘기라고 요구했다. 또 "대표는 이후 김홍탁이 하게 될 것”이라며 한 대표에게 “2년간만 ‘월급 사장’으로 지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후 한 대표가 요구에 응하지 않자 송 전 원장은 한 대표를 불러 “저쪽에서는 막말로 묻어버리라는 얘기도 나오고 세무조사를 해서 없애라고까지 한다”며 “이대로 가면 회사도 없어지고 한 사장 자체가 위험해진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박 대통령을 광고사 강탈 미수의 공범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차씨가 김영수 대표 등을 통해 협박한 부분을) 대통령이 지시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협박을 지시했다고 하기에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나중에 대통령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씨는 또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과 공모해 측근인 이모씨와 김영수 대표의 부인 신모씨를 KT 임원으로 취직시킨 뒤, 자신이 실소유한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를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안 전 수석에게 “이씨라는 홍보전문가가 있으니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KT 회장에게 연락하고, 신씨도 이씨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은 실제로 KT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두 사람을 채용하도록 했고, 이를 통해 차씨는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68억원 상당의 광고를 수주해 5억1천만원의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차씨는 또 2014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만찬 및 문화행사’ 용역을 자신의 지인 전모씨가 운영하는 H사에 맡긴 뒤 자신이 실제 소유한 엔박스에디트에서 영상물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2억8천6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차씨는 이 밖에도 2006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자신의 부인과 아버지, 지인 등을 자신이 운영하는 아프리카픽처스 직원인 것처럼 꾸며 회사 자금 1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송 전 원장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 근무할 당시인 지난해 5월 콘텐츠진흥원이 발주한 LED 사업 수주 대가로 공사업체로부터 3천2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 자신이 임원으로 근무하던 광고사 머큐리포스트에서 2014년부터 지난 10월까지 법인카드 2장을 받아 3천700여만원을 유흥비, 생활비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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