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그냥 조용히 검찰 나가면 되지 않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이귀남 당시 장관, 만취한 안태근에 "내가 이놈을 수행하는 건지..."라며 웃어
서 검사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이런 일을... 8년 동안 자책감에 괴로웠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여검사가 같은 검사 출신 법무부 고위간부에게, 그것도 장례식장에서 성폭력을 당했다. 웬만한 막장 드라마보다 더 엽기적인 사건. 서지현 검사 폭로 관련 소식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서지현 검사가 어제(29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나는 소망합니다’ 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과, JTBC ‘뉴스룸’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하던 2010년 10월 30일 동기 여검사 부친상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옆자리에 앉았던 안태근 검사가 허리를 감싸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상당 시간 계속했다”

"주위에 검사들도 많았고 바로 옆에 장관도 있는 상황이라 그 손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자리에서 대놓고 항의하진 못했다”

“공공연한 곳에서 갑자기 당한 일로 모욕감과 수치심이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가 됐다”는 것이 서지현 검사의 주장입니다.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안태근 검사,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면직 당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당시는 법무부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었습니다.

서 검사는 “당시 안 검사는 이전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와 상당히 취한 상태였다”며 “장관도 안 검사가 취한 모습을 보고 ‘내가 이놈을 수행하고 다니는지, 이놈이 나를 수행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며 ‘허허허’ 웃었다”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성범죄 수사의 기본인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 ‘직접 겪지 않았으면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서지현 검사의 주장은 일관되고 시기와 장소, 행동, 주변 상황 등이 구체적입니다. 아마 실제로 있었던 일일 겁니다. 

서지현 검사는 이 사건 이후 안 검사로부터 어떤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고, 2014년 사무검사에서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고, 2015년에는 원치않는 지방 발령을 받는 등 본인이 피해자인데 인사상 불이익까지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진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하던 중 나에 대한 인사발령의 배후에는 안태근 검찰국장이 있다는 것을, 안태근의 성추행 사실은 당시 검찰국장이던 최교일이 나서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서지현 검사의 주장입니다.

최교일 당시 검찰국장은 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입니다.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이에 대해 "오래 전 일이고 문상 전에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안태근 전 국장이나 최교일 의원 모두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사건을 덮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극구 부인했습니다.     

서지현 검사는 나아가 JTBC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직접 나가 얘기를 해야만 진실성에 무게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얻어 나왔다”며 “나 외에도 검찰 내에서 성폭행까지 있었지만 전부 비밀리에 덮어졌다”고 폭로했습니다 

서지현 검사의 내부 고발은 메가톤급의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당장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수십 개나 생겼습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오늘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비위자가 확인될 경우 응분의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 내 성폭행 등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검찰이 받을 충격파는 짐작하기도 어려운 수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응분의 책임’은 별개로 하고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겐 이런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안 전 국장은 돈봉투 만찬으로 인한 면직에 따른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 대해 교회에서 신앙 간증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해가 갑니다. 괴로웠을 겁니다.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검찰국장 등 요직을 승승장구하며 내심 서울중앙지검장에 검찰총장까지 생각하던 참에 후배 검사들과 밥 먹고 격려금 좀 준 것 때문에, ‘고작 100만원’ 때문에 잘리다니... 괴로웠을 겁니다. 거기다 이젠 여검사 성추행 폭로까지.

불교에서는 ‘카르마’, 한자로는 ‘업’이라고 합니다. 

꼭 돈봉투 만찬 때문에, 100만원 때문에 검찰에서 잘린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길, 하다하다 이젠 성추행범이 되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 그리 생각하지 마시고 켜켜이 쌓인 업이 돌아오는 걸로, 인과에 대한 응보라 생각하시고, 한 번 지나온 날을 찬찬히 돌아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본인이 ‘검사’이면서도 “8년 동안이나 혼자 ‘내가 성폭력 피해자인데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이런 일을 당했나’ 하는 자책감과 괴로움에 시달렸다”는 서지현 검사.

아마 그 뿌리엔 수직적이고 딱딱하다 못해 뼛속까지 권위적인 검찰 조직문화가 자리잡고 있었을 것입니다.

인과응보. 철저한 진상 조사와 상응하는 처벌, 이를 통한 검찰의 환골탈태를 바라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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