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 조사결과 "법원행정처, 청와대와 연락"
"우병우 민정수석, 사법부에 불만 표시... 상고심 전원합의체 회부 희망"
대법관 전원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다"... 사법부 '내홍' 분위기

[앵커]

사상 초유 대법관 전원의 ‘유감’ 표명과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국정원 댓글사건 원세훈 전 원장 재판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주고받은 내용을 기록한 법원행정처 문건입니다. 

원세훈 전 원장 항소심 재판 전후로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사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 막전막후.

이철규 기자의 심층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지난 2013년 6월 14일 국정원 댓글 관련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됩니다.

1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국정원법 위반만 유죄로 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작 댓글을 지시했지만 선거에 개입한 건 아니라는 게 1심 판단입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습니다.

2015년 2월 8일, 서울고법 형사6부는 원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을 모두 유죄로 판단, 징역 3년을 선고합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 후보자 낙선 목적으로 특정 정당과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찬양 내지 반대·비방 의견을 유포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이 항소심 선고 다음날 작성된 법원행정처 문건입니다.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가 공개한 것입니다.

대법원이 독립된 헌법기관 맞나 싶을 정도로 경악스러운 내용이 많습니다.

우선 “법무비서관을 통하여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상세히 입장을 설명함” 이라고 돼있습니다.

항소심에서 청와대 뜻과 다른 결과가 나온 데 대해 법원이 ‘사법부 진의’를 청와대에 ‘상세히 설명’ 했다는 겁니다.

문건에는 또 "항소심 판결기록 접수 전이라도 법률상 오류 여부 면밀히 검토” 라고 돼있습니다.

법원행정처가 항소심 판단을 청와대 뜻에 따라 잘못된 판단으로 보고 ‘법률상 오류’를 찾아내겠다는 겁니다.

여기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입니다.

문건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줄 것을 희망” 했다고 돼있습니다.

청와대가 법원에 판결을 가지고 불만을 표시한 자체가 부적절하고 이례적인 일이지만, 이후 대법원 상고심은 우병우 수석의 ‘희망’ 대로 됩니다.

두 달 뒤인 2015년 4월, 대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재판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3개월 후인 그 해 7월 일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합니다.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너무 공교롭게 맞아떨어집니다.

이 문건 내용을 놓고 ‘대법원이 청와대의 시녀냐’는 비난이 법원 안팎에서 쏟아지자, 대법관들은 어제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김명수 대법원장을 제외한 12명 대법관 전원 명의의 유감 입장문을 내놨습니다.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했을 뿐,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 대법관 전원 입장문의 주 내용입니다.

사상 초유의 대법관 전원 유감 입장문.

공직선거법 무죄 취지 대법원 파기환송 사건을 받아든 서울고법은 그러나 지난해 8월 파기환송심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을 유죄로 판단, 형량을 더 늘려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3부에 재상고된 원세훈 전 원장 재판. 대법원이 이번에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법률방송 이철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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