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법원장 "여러 의견 들은 후 신중하게 입장 정리해 말씀 드리겠다"
일선 판사들 "문건 내용 보고 나니 말을 이을 수 없을 정도로 참담"
"법원행정처가 왜 PC 조사를 끝까지 거부했는지 알 것 같다"... '분개'
[앵커]
법원행정처가 일부 판사들을 ‘거점 법관’으로 동원해 동료 판사들에 대해 사실상 ‘사찰’ 수준의 동향 파악을 했다는 어제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법원이 충격과 참담함에 빠졌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엄중한 사안” 이라며 법원 내부 의견을 수렴한 뒤 후속조치 등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한솔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관 사찰’에 대해 “일이 엄중하다”는 심경과 입장을 밝혔습니다.
오늘(23일) 오전 출근길에 추가조사위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대법원장은 “일이 엄중하다는 것은 제가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후속 조치를 묻는 질문엔 "자료들도 잘 살펴보고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은 다음 신중하게 입장을 정해서 말씀 드리겠다“고 답변했습니다.
후속 조치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김 대법원장은“다음에 종합해서 입장을 말씀 드리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대법원장 수족인 법원행정처 주도로 동료 법관에 의한 ‘법관 사찰’이라는 전대미문 사건의 파장과 충격 등을 고려해 일단 최대한 신중한 모습입니다.
앞서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 등을 각급 법원의 이른바 ‘거점 법관’으로 삼아 동료 법관들을 사실상 사찰했다는 내용이 담긴 조사 결과를 어제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법원행정처 방침에 반하는 특정 판사들의 성격과 스타일, 친소관계, 가정사까지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선 판사들은 당혹감과 충격을 넘어 참담하다는 반응입니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실제 문건 내용을 보고 나니 말을 이을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왜 PC 조사를 거부했는지, 일부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이 왜 그렇게 끝까지 PC 조사에 저항했는지 알 것 같다“고 분개해 했습니다.
수도권의 또 다른 판사도 “앞으로 피고인이나 재판 받는 국민들에게 법관은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고, 재판 결과에 수긍하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냐“고 허탈해 했습니다.
법원 안팎에선 사상 초유 법관 길들이기 법관 사찰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책임자 처벌 등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내놓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법관 사찰 후속 조치를 묻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다음에 종합해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답변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어떤 입장과 조치를 내놓을지 법원 안팎의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정한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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