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법관'도 모자라... 원세훈 항소심 재판 청와대에 '보고' '설명'까지 한 법원행정처
'거점법관'도 모자라... 원세훈 항소심 재판 청와대에 '보고' '설명'까지 한 법원행정처
  • 정한솔 기자
  • 승인 2018.01.22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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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청와대 문의에 담당 재판부 동향 파악 노력하고 있다 알렸다"
"선고 후엔 사법부 입장 청와대에 상세히 설명"... 청와대 반응 파악 노력도
"삼권분립·법원 독립 훼손"... 추가조사위 "사법행정권이 재판 공정성 훼손"

[앵커]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발표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관들 동향 파악뿐 아니라 구체적인 재판에 대해 청와대에 ‘보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슈 플러스’, 정한솔 기자 나와 있습니다.     

먼저 앞서 석대성 기자 리포트에서 전해드렸는데 ‘거점 법관’ 이게 도대체 뭔가요.

[기자] 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의 정확한 워딩은 이렇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거점법관 (법원행정처 심의관 출신 등)을 통한 해당 법원의 동향 주기적 파악” 이렇게 돼 있는데요

속칭 ‘빨대’ 라고 하는데요, 법원행정처가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을 자기 사람으로 일선 법원에 빨대로 심어두고 다른 법관들의 동향 파악을 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앵커] 그래도 사법부는 독립적 헌법기관인데 저런 문건 작성을 지시한 판사나 작성한 판사나 참 뭐라고 할 말이 없는데, 구체적인 재판 사건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얘기는 또 뭔가요.

[기자] 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정원 댓글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법 위반 사건 항소심 판결 관련한 내용인데요. 문건 작성일자는 원 전 원장 항소심 선고 다음날인 2015년 2월 9일자로 돼 있습니다.

[앵커] 이 문건은 또 누가 작성한 거고, 무슨 내용인가요.

[기자] 네, 법원행정처 기획제1심의관이 사용한 컴퓨터 저장매체의 ‘기조실’ 폴더 안에 저장된 파일이라고 하는데요.   

원 전 원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 선고 전후에 걸쳐서 특정 외부기관, 문건에는 특정 외부기관이 ‘BH’라고 표기돼 있고요, 그 외 여야 각 당, 언론, 법원 내부 동향과 반응을 파악해 정리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한 문건이라는 것이 추가조사위 발표입니다.

[앵커] BH면 블루하우스, 청와대를 지칭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가장 문제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오늘(22일) 추가조사위 발표에 따르면 “항소심 판결 선고 이전에는, 외부기관 BH의 문의에 대해, 우회적, 간접적으로 항소심 담당 재판부의 동향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을 알렸고” 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즉, 청와대가 ‘원세훈 항소심 재판 어떻게 되어가냐, 어떤 결론이 날 거 같냐’ 물어왔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우회적, 간접적으로 담당 재판부의 동향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청와대에 답변을 했다는 겁니다.

[앵커] 특정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어떻게 될 거 같냐’고 묻는 거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한데, 거기에 법원은 ‘알아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답변했다는 거네요.       

[기자] 네, 결과적으로 명시적으로 그렇습니다. 더구나 “항소심 판결 선고 이후에는, 사법부의 입장을 외부기관의 희망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였다는 내용의 기재가 있음” 이라는 것이 추가조사위 발표인데요.

외부기관, 즉 청와대의 희망, 뭘 어떻게 희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청와대 희망에 대해 “이게 이런 거다” 법원에서 “상세히 설명”했다는 겁니다.  

[앵커] “법원은 판결로 말한다”는 말이 무색하네요. 참 모양 빠져 보이는 데 어떤가요.

[기자] 네, 단순히 “사법부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는데 그친 게 아니라 이후 “외부기관의 동향을 파악하려고 한 내용이 담겨 있는 바”, 이런 표현이 나오는데요. 쉽게 말해, 청와대에 상세히 재판에 대해 설명한 뒤 그 설명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려 했다는 건데요. 

[앵커] 입법, 사법, 행정 삼권분립과 헌법기관으로서 법원의 위상을 고려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네요.    

[기자]  추가조사위는 이에 대해 “사법행정권이 재판에 직 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고,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도 있음” 이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앵커] 네, 그동안 추가조사 과정에서 일부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이 비밀침해니 뭐니 하며 그렇게 극력 법원행정처 PC 개봉과 조사에 반대했던 이유를 알 것도 같네요. 쇄신책이 당연히 나올 걸로 기대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정한솔 기자 hansol-ju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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