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4팀 이끈 이동현 경위
23세 여성, 6년 전 성폭행 충격에 기억까지 잃고 뒤늦게 신고
증인도 증거도 없어... 피의자들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살아
여성변호사회 '여성아동인권상' 수상... "할 일 했을 뿐입니다"

[앵커]

지난 2011년 전남 장흥의 한 마을에서 여고 2학년생이 끔찍한 집단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증인도 증거도 없는 사건, 사건 발생 6년 만에 끈질긴 수사로 전국에 흩어져 살던 범인 6명을 잡아낸 경찰이 있습니다.

서울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이동현 경위가 그 주인공인데요.

정한솔 기자가 이동현 경위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4팀, 지난 2016년 12월 앳돼보이는 여성이 쭈뼛거리며 수사팀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집단 성폭력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위해 찾아온 23살 김모양입니다.

[이동현 경위/ 서울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4팀장]

“해바라기센터라고 여성 성폭력 피해자들이 통상 1366이라든가 그런 전화 통해서 상담을 하다가 저희한테 전화 연결이 된 거예요. 바로 경찰서 방문을 요청을 한 거죠”     

사건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김 양은 같은 반 친구가 놀러가자고 해서 따라 갔다가 끔찍한 일을 당했습니다. 

‘모르는 오빠들’ 6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겁니다.

[이동현 경위/ 서울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4팀장]

“처음 만난 자리이고 하다보니까 선배들이고 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고 취하게 된 거죠. 그래서 이제 성폭행 범행이...”

극심한 충격과 수치심에 가족들한테도 털어놓지 못했던 ‘비밀’.

김양은 그러나 정신과 치료를 받던 의사의 설득과 권유로 경찰 신고를 결심합니다.

[이동현 경위/ 서울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4팀장]

“그 치료받는 과정에서 원인되니 게 그 우울증이라든지 뭐 자해하고 이런 내용이 성폭행으로 인해서 이제 시작이 된 게 상담 과정에서 나왔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의사 선생님이..."

어렵사리 찾아간 경찰서, 그러나 사건 발생 관할 등을 이유로 신고는 두 번이나 반려됐고, 우여곡절 끝에 사건은 이동현 경위팀으로 왔습니다.

신고 당시 김 양은 자신을 ‘오빠들’한테 데려갔던 반 친구가 누군지 기억도 못할 정도로 여전히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동현 경위/ 서울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4팀장]

“일단 피해자가 기억하는 게 1차적으로 현장에 있던 7명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을 못하고...”

피해자 진술만 있고 이를 뒷받침할 증인도 어떤 물증도 없는 이른바 ‘그림자 사건’.

이동현 경위 팀이 택한 수사 방법은 ‘무식해 보이지만 일단 부딪히자’ 였습니다. 

일단 김양의 고등학교 반 친구 수십여명을 한명씩 한명씩 다 접촉했고, 첫 단서가 잡혔습니다. 

김 양을 ‘오빠들’한테 데려간 친구가 확인된 겁니다.

[이동현 경위/ 서울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4팀장]

“같은 반 친구 여자 일행이 있었던 내용을 듣고 그 친구부터 수소문해서 개별적으로 다...” 

집요한 노력과 발품을 판 끝에 결국 광주로 부산으로 경기도로 전국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살던 6명의 피의자를 특정했습니다.

하나하나 만나 조사했지만 이들은 ‘당연히’ 모두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동현 경위/ 서울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4팀장]

“시간도 오래 경과됐고 그때 당시 피해자 성폭행한 내용에 대해서 다 부인을 합니다. 그런 사실은 있지도 않다. 어떻게 보면 피해자가 미친 거 아니냐...”

김 양 진술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없는 상황, 그래도 이동현 경위팀은 포기하지 않고 김 양의 고등학교 친구 등 밑바닥부터 다시 훑기 시작했고, 마침내 다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이동현 경위/ 서울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4팀장]

“그 피의자 중 한 명이 그때 당시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여자친구를 통해서 당시 피해자가 성폭행 당했다는 진술을...”

참고인 진술 등을 확보 퍼즐을 맞춘 이동현 경위팀은 ‘성폭행이 있었고 현장에 있었다’는 자백을 받아내 가해자들을 모두 재판에 넘겼습니다.

통상 등산복에 파카가 경찰 ‘작업복’인 이동현 경위가 오늘은 말쑥한 양복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김양 사건 해결 공로를 인정받아 여성변호사회로부터 동료 팀원들과 함께 ‘여성아동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겁니다.

[이동현 경위/ 서울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4팀장]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저희들의 기본적인 업무를 했을 뿐인데 수상을 하게 돼서 굉장히 감사합니다."

사실 이동현 경위는 단순히 김양 사건 사건을 해결했다고 여성아동인권상을 받은 게 아닙니다.

그동안 성폭행 등 이런저런 여성청소년 범죄 해결에 노력해 왔고, 김 양도 우연히 이동현 경위를 찾아온 게 아니라 해바라기센터의 소개로 오게 된 겁니다.

[이종옥 경위/ 서울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4팀]

“자식이 많고 식구가 많으셔서 그런지 인자하시고 사무실에서도 참 가족같이 잘 해주시고 사건 할 때에는 냉정하게...."

성폭력 등 여성·청소년 상대 범죄는 반드시 근절해야 할 악이라는 이동현 경위,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는 게 이동현 경위의 좌우명입니다.

법률방송 정한솔입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