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프로야구 에이전트’ 제도 도입... 변호사 업무영역 논란으로 ‘불똥’
종전 변호사로 자격 제한됐지만... 선수협회 공인시험 통과하면 자격 부여
변호사업계 "업무영역 또 줄어드나"... 대한변협 "변호사법 위반 소지도 있다"

[앵커]

꿈의 리그로 불리는 미국 메이저리그, 화려한 선수들만큼이나 하이라이트를 받는 게 이런 유명 선수들을 관리하는 이른바 ‘에이전트’ 입니다.

스캇 보라스 같은 이른바 수퍼 에이전트의 경우엔 1년에 수십억, 수백억원씩 번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미국식 프로야구 에이전트가 도입된다고 하는데,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변호사법 위반 논란으로 불똥이 튀었다고 합니다.

법률방송 현장기획, 박현영 기자가 어떤 내용인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톰 크루즈 주연 영화 ‘제리 맥과이어’ 입니다.

‘선수들에겐 천사, 구단에게는 악마’라 불리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를 그린 영화입니다.

프로야구 에이전트는 선수를 대신해 구단과 연봉 협상을 하고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습니다.

나아가 타 구단 이적, 세금, 재산 투자, 그밖에 제반 법률문제 처리 등 선수들의 경기 외 모든 사회생활을 관리합니다.

그래서 강제 조항은 아니지만 에이전트에게 법률 지식은 필수적입니다.

박찬호, 류현진, 추신수 등 한국인 메이저리거 에이전트를 맡았던 스캇 보라스 같은 경우도 법학박사까지 취득한 변호사 출신입니다.

[고윤기 변호사 / 로펌 고우]

“에이전트라는 게 법률은 기본지식으로 깔고 있어야 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법률 기본지식이 없이 버틸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거 같아요.”

이런 측면을 반영해서 국내 프로야구도 그동안 선수 대리인 자격을 변호사로 제한해 왔습니다.

하지만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올해부터 변호사로만 제한해 왔던 선수 대리인 자격 문호를 개방해 미국식 프로야구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선수협회가 주관하는 별도의 공인 자격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에이전트 자격을 주는 방식입니다.

선수 권익 향상을 위한 것이라는 게 프로야구선수협회 설명입니다.

[김선웅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 변호사]

“단순히 법률지식이 있고 법 전문가라고 해서 구단과 협상이라든가, 어떤 자문이라든가 이런 것을 과연 변호사 타이틀만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봐야...”

이를 위해 선수협회는 대리인 자격을 변호사로만 제한했던 기존 KBO 리그 규약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공인을 받은 자’로 변경했습니다.

시험 과목은 KBO 리그 규정과 규약, 국민체육진흥법 중 벌칙 규정, 선수협회가 지정한 법률상식 등 8개입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제1회 프로야구 에이전트 자격시험 합격자는 모두 94명.

변호사가 45%로 가장 많았지만, 마케팅업체와 에이전시 등 기존 스포츠업계 종사자가 18%로 그 뒤를 이었고 일반 회사원도 15%나 됐습니다.

100% 변호사였던 선수 에이전트가 절반 이상은 변호사가 아닌 타 직업군에서 나왔다는 얘기입니다.

[김선웅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 변호사]

“여러 다른 사람들의 평등권이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자격을 개방하다 보니까...”

변호사 업계 측은 드러내놓고 반발하진 않지만 내심 발끈하고 있습니다.

일단 변호사들에게 선수협에서 다시 시험을 치게 하는 것 자체에 자존심이 크게 상한 분위기입니다.

[이율 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에이전트라고 하는 것은 결국은 선수들의 권리와 관련된 것이거든요. 그것은 전형적인 변호사의 법률사무에 해당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절차를 거쳐서 (에이전트를 선발하는 것) 이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나아가 프로야구선수협회의 KBO 해당 규약 변경은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변협의 입장입니다.

[이율 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특히 이게 법적인 근거도 없는 것 같고요. 아무런 근거가 없이 KBO 하고 선수협회라든가 기타 단체에서 사적으로 이렇게 변호사의 업무영역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이것은 변호사법 위반의 소지도 있다...”

변협은 지난달에도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 폐지를 담은 세무사법 개정안 관련, 김현 회장이 삭발까지 하며 저항했지만 결국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모양을 구긴 바 있습니다.

프로야구선수협회를 상대로 당장 실력 행사에 나서자니 모양새가 빠지고, 그대로 두고 보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변협은 난감한 모양새입니다.

선수협은 오는 18일 제1회 프로야구 에이전트 최종 선발자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법률방송 박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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