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합의, 불가역성을 가역성으로... 강경화의 '밀당'과 '전략적 모호성'
한일 위안부 합의, 불가역성을 가역성으로... 강경화의 '밀당'과 '전략적 모호성'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8.01.10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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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위안부 합의, 잘못된 매듭은 풀어야... 국가 존재이유"
강경화 "일본, 진실 인정·피해자 존엄 회복 등 위해 노력해야"
일본 "합의 짓밟혔다... 추가 요구 절대 수용 불가" 강력 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 관련 “잘못된 매듭은 풀어야 한다”며 “진실과 정의라는 원칙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원론적인 발언입니다.

이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어제 박근혜 정권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진 않겠지만 그대로 지키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차려진 밥상을 엎어버리지도, 다시 차리자고 하지도 않겠다. 그렇다고 먹지도 않겠다” 강경화 장관의 어제 발표는 이리 비유할 수 있습니다.  

강경화 장관의 어제 발표를 두고 말들이 많은 듯합니다. 

한쪽에선 ‘왜 즉각 파기와 재협상을 선언하지 않냐’고 몰아붙이고, 다른 한쪽에선 ‘워 하자는 거냐, 어쩌라는 거냐’는 식으로 비아냥댑니다. 

외교협약은 구속력이 있는, 상대 당사자가 있는 행위입니다. 밥상을 엎어버리면, 다시 차리자고 하면, 그리 하자고 한 순간, 그리 하자고 한 쪽이 수세적인 입장이 됩니다.

반면 차려놓은 밥상, ‘음식이 이게 뭐냐, 못 먹겠다’ 하고 있으면 같이 먹기로 한 쪽이 ‘좀 먹어봐’ 하면서 뭔가 다른 액션을 취하거나, ‘치사하다, 관둬라, 나도 너랑 안 먹는다’. 이 둘 증의 하나로 나오는 게 통상의 경우입니다.  

후자라면 불감청 고소원, 자연스런 협약 파기이고, 전자의 경우에도 ‘새로 내오는 것’ 봐가며 먹을지 말지 결정하면 될 일입니다. 어느 경우든 한국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습니다. 

10억엔 예치도 '이걸 특식이라고 줬냐. 못 먹겠다. 가져온 성의는 있으니 버릴 순 없고 냉장고 넣어두든지, 어디 양로원 갔다주든지 할게' 하는, 비유하자면 그런 조치입니다.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 역사적으로, 국제적으로 어떤 기준과 잣대, 명분을 갖다 대도 한국과의 관계에서 일본은 ‘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밥상 얘기로 돌아가면 일본이 '접대'를 해야 할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박근혜 정권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평가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기존 협약을 그대로 지킬 순 없다”는 강 장관의 어제 발표를 평가하려면, 위안부 합의 카운터파트 당사자,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의 반응과 행간을 읽어보면 될 일입니다. 

대체로 난감하고 곤혹스럽다는 반응입니다.

보수적인 요미우리 신문은 강경화 장관의 ‘일본의 자발적이고 진정한 사과’ 언급과 관련, 이는 일본에 ‘사실상 추가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요미우리는 그러면서 사설을 통해 “일본 측에 추가 양보를 요구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외교 상식에 어긋난 결례”라고 불쾌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중립적인 도쿄신문은 “합의는 사실상 무효화됐다”고 이번 발표를 평가했고, 공영방송 NHK는 “10억엔 한국정부 예산 충당 등에 대해 복수의 외무성 간부들이 의미를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일본 정부의 난감함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진보적인 아사히신문은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 시대 적폐 청산의 일환으로 합의 재검토와 대일관계 개선을 양립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언론의 호의적 평가 일색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외교적 문제고 상대가 있는 일이다. 이미 앞 정부에서 양국 간 공식 합의를 한 현실 안에서 최선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략적 모호성. 이른바 ‘밀당’은 아쉬운 사람이 지게 돼 있습니다. ‘합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아쉬운 쪽은 일본입니다. 

주어진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단 '우리 다시 생각해보자' 하면서 툭 상대를 난감한 상황에 던져 놓은 강경화 장관, ‘밀당의 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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