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장기 미제...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후 재수사 착수
은행 CCTV 사진 SNS에 공유... 네티즌 제보 받아 검거
법원, 동거녀 진술 등 간접증거로 강도살인 유죄 인정
"미성년자 강간 등 인면수심 범죄 공소시효 폐지해야"

‘오늘의 판결’은 이른바 직접증거 없는 살인사건 판결입니다.

15년 전 부산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당시 31살 양모씨는 2002년 5월 21일 밤 10시쯤, 부산 사상구의 한 다방에서 퇴근한 21살 여종업원 A씨를 납치해 청테이프로 손발을 묶고 흉기로 가슴 등을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마대자루에 담아 부산 강서구 바닷가에 버린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양씨는 이튿날 낮 부산 사상구의 한 은행에서 A씨 통장에 있던 296만원을 인출했고, 주점 여종업원을 시켜 숨진 A씨 적금 500만원을 해지해 챙긴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은행 CCTV 외에는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고 사건은 15년 동안 미제로 남았습니다. 

2015년 7월 살인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일명 ‘태완이법’이 시행되면서 부산경찰은 미제사건팀을 꾸려 재수사에 착수했고, 양씨가 찍힌 은행 CCTV를 SNS에 공개, 결정적인 제보를 받아 지난해 8월 양씨를 검거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양씨는 “통장과 도장이 든 A씨 핸드백을 주워 비밀번호를 조합해 돈을 인출했을 뿐”이라며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문제이자 재판 쟁점은 시간이 너무 흘러 목격자나 범행 도구, DNA 등 이른바 직접증거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살인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느냐 였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는데 부산지법 형사7부(김종수 부장판사)는 양씨에 대해 강도살인 유죄를 인정,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오늘(9일) 밝혔습니다.

양씨의 지인들이 CCTV 에 찍힌 모습이 양씨가 맞다고 진술한 점, “마대자루로 뭔가 물컹한 걸 옮겼는데 무서워서 자세히 물어보지 못했다”는 당시 양씨 동거녀의 진술 등 이른바 간접증거가 유죄의 증거로 인정된 것입니다.

배심원 평결은 유죄 7명, 무죄 2명. 유죄 시 양형 의견은 사형 3명, 무기 4명, 징역 15년이 2명이었습니다.

재판부도 “검찰이 제시한 여러 간접증거로 미뤄 양씨가 강도살인을 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배심원 평결을 수용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양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배심원 의견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몇 백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 돈 때문에, 몇 백만원 아니라 그 몇 백배라도 그게 사람을 죽일 이유는 결코 되지 못할 겁니다.

“살인범에 공소시효는 없다”,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미성년자 강간 등 인면수심 범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폐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법적 안정성과 권선징악 사이, 공소시효 폐지의 합리적 확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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