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법원장이 야당에 고발당하는 전례없는 일... 검찰도 '난감'
비밀침해죄 3가지 요건 "비밀 장치돼 있는, 사적 정보, 해제해야"
법조계 "법원행정처 PC는 공용물, 비밀 장치도 이미 존재 안해"

[앵커]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위한 법원행정처 PC 개봉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밀침해죄로 고발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말 비밀침해죄에 해당하는지, 야당의 정치 공세인지, 박현영 기자의 심층 리포트 보시고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자]

비밀침해죄 구성 요건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사적인 정보가, 비밀 장치된 상태에서, 그 비밀 장치를 해제해야, 비밀침해죄가 성립한다는 게 통상의 견해이자 판례입니다.

이 기준을 법원행정처 PC 조사에 대입해 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법원행정처에 담긴 PC가 ‘사적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 규칙인 법관행동강령 12조는 "법관은 공용물을 정당한 사유 없이 사적인 용도로 사용·수익해서는 안 된다” 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 PC는 대표적인 법원 공용물입니다.

사적으로 사용해선 안 되는 공용 컴퓨터이니만큼 논리적으로 ‘사적 정보’ 자체가 담겨 있으면 안 됩니다.

다음은 해당 PC에 ‘비밀 장치’가 돼 있느냐 여부입니다.

조사 대상 PC는 이미 다른 법관들에 인수인계돼 사용 중인 상태에 있는 PC들입니다.

설령 비밀번호 등 ‘비밀 장치’가 있었다 해도, 조사 시점엔 원 사용자의 비밀 장치 같은 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이 역시 풀어야 할 비밀 장치가 이미 존재하지 않는데, 존재하지 않는 ‘비밀 장치의 해제’라는 성립할 수 없는 논리에 기반한 주장이라는 것이 법원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이처럼 비밀침해죄라는 범죄의 요건과 법리를 놓고 보면, 법원행정처 PC 조사가 비밀침해라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PC를 사용했던 판사의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비밀침해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법원조직법 제9조는 “대법원장은 사법행정 사무를 총괄하며 사법행정 사무에 관하여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대법원은 공무원이 사용하는 관용 휴대전화는 소속 관청이 사용자 동의 없이 통화내역을 조회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휴대전화가 업무용으로 지급됐던 점, 업무에 관해 소속 기관이 지시·감독할 권한을 항시 가지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위법한 방법에 의해 수집된 증거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는 대법원장의 위임을 받아 판사 블랙리스트를 재조사하고 있습니다.

[이호영 변호사]

“국가 소유의 공무원의 컴퓨터는 사적인 용도로 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생활의 비밀로 보호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서 비밀침해죄가 성립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자유한국당의 김명수 대법원장 고발 사건을 일단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에 배당했습니다.

현직 대법원장을 상대로 피고발인 조사를 하자니 그렇고, 제1야당이 접수한 사건인데 조사 자체를 안 할 수도 없고, 검찰도 고민스런 형국입니다. 법률방송 박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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