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확 한양대 변호사
김근확 한양대 변호사

지난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을 박탈하는 세무사법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 등 단체들은 개정된 세무사법이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며,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개정법의 폐기를 외치며 삭발식, 규탄 총궐기대회를 개최하며 투쟁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필자는 개정된 세무사법의 문제점은 별론으로 하고, 변협 등이 정작 변호사의 직역을 늘리려는 노력보다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직역을 다소 무리하게 지키려고 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평소 한국프로야구의 광팬으로서 예전부터 한국프로야구 에이전트(공인 선수대리인) 제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 바, 드디어 지난 12월 22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에이전트 자격시험이 치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이후 발표된 합격자 통계에서 단 45%만이 변호사인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이외 마케팅과 에이전시 등 기존 스포츠업계 종사자가 18%로 뒤를 이었고, 일반 회사원이 15%로 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필자는 당연히 변호사만의 영역으로 생각했던 에이전트 제도가 이렇게 비법률가들도 많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을 보고 큰 실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 하면, 분명 오랫동안 기존의 KBO규약 제42조 제1항에서 ‘선수가 대리인을 통하여 선수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법에 따른 소정의 변호사만을 대리인으로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어 이 부분에 신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이번 에이전트 제도 시행을 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이유로 인해 위 자격 제한이 없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6일 제정된 KBO리그 선수대리인 규정을 보면, 제6조 '선수대리인의 자격' 제1항에서 ‘선수대리인은 선수협회가 정하는 자격시험을 치르고 일정한 점수 이상을 획득한 자 중에서 이 규정에 따라 선수협회가 인정하는 자’라고 하여 그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필자는 최근 변호사 수의 급증으로 변호사 업계 전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나마 블루오션의 개척이라고 생각했던 에이전트 제도가 이렇게 변호사 자격 제한 조항을 삭제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는 차원을 떠나, 에이전트 업무 자체의 법적인 성격 등을 근거로 변협 등 차원에서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즉, 에이전트 업무는 선수를 대리하여 법적인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변호사법상 법률사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애초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고 비법률가가 에이전트 업무를 수행한다면 실정법인 변호사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프로야구보다 역사가 오래된 일본프로야구 또한 일찌감치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면서, 변호사로 에이전트 자격제한을 확실하게 걸어두고 있기도 하다.

최근 유사 자격자의 변호사 직역 침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에이전트 제도처럼 당연히 변호사의 업무에 해당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한다면, 비법률가들의 업무영역이 될 가능성이 점차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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