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기씨, 방송에서 '상주본' 공개... 소유권 주장하며 은닉
골동품상 조모씨 "상점에서 훔쳐가"... 민·형사소송 비화
법원 "조씨에 반환"... 배씨 거부, 조씨 "국가 기증" 후 사망
문화재청, 환수 소송... 배씨 "사례금 1천억원 달라" 버텨

[앵커] 감정가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회수 소송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유정훈 변호사의 ‘뉴스와 법’에서 오늘(29일)은 훈민정음 상주본 소송전에 대해 자세히 얘기 해보겠습니다.

지난 21일이었죠. 국보급 문화재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송 선고가 잡혀 있었다가 내년으로 미뤄졌는데, 미뤄진 이유나 배경이 궁금합니다.

[유정훈 변호사] 문화재청은 상주본을 숨기고 있는 배익기씨로부터 상주본을 반환받기 위한 강제집행 절차를 신청했습니다.

그러자 배익기씨는 이를 막기 위해 청구인 소송을 제기했고, 3차례에나 걸친 협상 과정이 있었지만 모두 무산되었고요. 판결 선고 절차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한글 세계화 추진위원회' 등 4개 관련 단체에서는 ‘백번의 명판결 보다는 불합리한 합의가 낫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상주본을 자기들이 구입해서 국가에 기증하겠다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선고를 내년으로 미루게 됐습니다.

[앵커] 합의로 풀어 보겠다는 것인데요. 이 소송은 애초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유정훈 변호사] 배씨가 2008년도에 한 방송에 출연해서 자신이 상주본의 소장자라고 주장을 하면서 최초로 상주본을 공개했는데요.

그러자 골동품상인 조모씨가 "배씨가 자신의 상주본을 훔쳐간 것이다" 라고 주장을 하면서 진정한 소유권은 자기에게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때부터 양측 사이에 치열한 민, 형사상 소송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 10년간 소송전이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앵커] 10년이나 소송을 끌어 온 것인데,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유정훈 변호사] 민사재판에서는 배씨가 조씨의 상점에서 상주본을 가져간 것을 인정해서 "조씨에게 상주본을 반환해라" 그렇게 조씨의 승소 판결이 났습니다.

그렇지만 형사재판 1심에서는 배씨가 유죄판결을 받고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심, 3심에서는 배씨를 처벌할 정도의 유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무죄를 선고 하였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한 사건에서 상반된 것으로 보이는 판결이 나올 수가 있습니까.

[유정훈 변호사] 민, 형사재판 모두 결론을 같이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합니다. 그런데 형사재판은 범죄에 대한 처벌 절차고, 민사사건은 주로 재산 분쟁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 절차의 목적이나 법 적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기는 합니다.

[앵커] 민간인 두 명의 소송에 문화재청이 개입이 돼 있습니다. 어떤 경위로 개입하게 됐나요.

[유정훈 변호사] 조씨가 민사소송에서 승소하긴 했습니다만 상주본 출처가 불분명하다보니 진정한 소유자가 누구인지 논란이 일게 됐습니다.

조씨는 논란이 일자 상주본을 국가에 기증했고, 그 후에 사망을 하게 됩니다. 이로써 상주본의 공식적인 소유자는 국가가 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씨는 국가 소유인 것을 부정하고 상주본을 숨긴 채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문화재청은 조씨의 승소 판결을 근거로 강제집행 절차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공식 소유자는 국가인데, 현재 해례본을 갖고 있는 사람은 배씨잖아요. 배씨의 입장이나 반응도 궁금합니다.

[유정훈 변호사] 상주본을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겠지만 1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배씨는 2015년에 문화재청 자유게시판에 국가에게 상주본을 기증하는 조건으로 1천억원을 줄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 후로도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고요. 과도한 금액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 실제로 기증의사가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는 합니다.

[앵커] 재판에서 이긴다고 해도 숨겨놓고 있지 않습니까. 숨겨놓은 것을 문화재청이 무슨 재주로 어떤 방법으로 찾겠다는 건가요.

[유정훈 변호사] 문화재청은 조씨가 승소한 판결을 근거로 해서 강제집행을 계속 시도할 예정이고요. 이에 더해 형사적으로는 문화재를 은닉하고 있다는 혐의를 두고 법리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형사 고소를 통한 신변 구속을 압박 카드로 활용할 예정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배씨가 만약에 강제집행이 끝나고 나면 처벌은 가능한 건가요. 

[유정훈 변호사]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 절취,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상주본이 현재 문화재로 지정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향후 어떠한 법을 적용해서 처벌할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앵커] 500년 간 잠자고 있던 훈민정음 상주본이 조속히 소송이 마무리되어 국민 앞에 공개도 되고요, 또 국가적 유산으로 잘 보전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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