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취임... 이후 10개월은 그대로 '한국 사법의 대변혁기'와 맞물려
취임하면서 98개 '버킷리스트' 작성... "퇴임 전까지 반드시 이루려 노력"
집무실 벽면엔 선친 고 김규동 시인의 시 빼곡... "퇴임 후엔 평범한 변호사로"

[앵커]

법률방송 ‘LAW 투데이’ 2017년 송년 인터뷰. 오늘(29일)은 대한민국 2만 4천여명 변호사를 대표하는 대한변협 김현 회장입니다.

올 한 해를 ‘사법권력 대 교체기, 격변기’로 정의한 김현 회장은 “공정하고 따뜻한 법치주의”를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김현 회장은 현재 삭발한 모습인데요, 이철규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수십 년 간 고수한 단정함의 상징, 2 대 8 가르마는 오간데 없고 삐죽 짧게 머리칼이 나기 시작한 삭발한 모습의 김현 회장. 

김현 회장은 지난 8일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을 폐지한 세무사법 국회 본회의 통과 저지를 위해 삭발 투쟁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률방송 시청자 여러분, 저는 대한변호사협회 김현 회장입니다, 반갑습니다.”

하지만 세무사법은 통과됐습니다.

대한변협 역사상 이른바 ‘유사 직역과의 영역 다툼’에서의 첫 패배, 소회가 궁금했습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
“특히 아쉬운 것은 법사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를 잘 하고 있었는데 그냥 국회의장님이 갑자기 국회선진화법에 의해서 패스트 트랙으로 직권상정... 그건 참 아쉽고요”

김현 회장은 지난 3월 대한변협 제49대 회장에 취임했습니다.

그가 변협 회장으로 일해온 지난 10개월은 문자 그대로 법조계의 격변기였습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

“올해는 사법 변혁의 시기였습니다. 정권도 바뀌고 대법원장, 법무징관, 검찰총장, 대법관 4분, 헌법재판관 2분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 우리 회원들의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바쁘게 뛰었습니다.”

‘공명정대하고 옳고 객관적인 목소리’, 그것을 통한 변협의 위상 강화와 법치주의 확립.

이를 위해 김현 회장은 취임 당시 2년 임기 내 달성할 98개의 이른바 ‘버킷 리스트’를 발표해 화제가 됐습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
“많은 공약을 준비했습니다. 그중에 대부분을 버킷리스트에 적어봤습니다. 그리고 상대후보 역시 좋은 제안이 많았습니다. 그것을 좀 포용해서 그것도 또 버킷리스트에 포함시켰습니다. 저 스스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매일 이걸 보면서 이건 아직 안했네, 그걸 보면서 안 한 것들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김현 회장이 ‘버킷 리스트’ 중에 첫 번째로 꼽은 성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국회 통과입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
“국회의원 160명을 방문했습니다. 매일 갔죠. 그래서 법안 12개를 발의했습니다. 그리고 징벌적 손해배상 그걸 열심히 주장해 왔는데 이번 올해 3월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제조물책임법이 개선돼서 제조물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전관예우 타파를 위해 고위 전관 출신의 변호사 등록을 제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

피의자와 피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형사기록 열람·등사권을 보장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변호사의 법관평가 결과를 법관 인사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국회와 협력한 적극적인 법안 발의도 변협의 위상 및 법치주의 강화를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

“국민들이 어려움에 빠져 있을때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사람이고, 어려울 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입니다. 그런 일을 하고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죠. 그리고 직업적 품위와 자긍심을 지켜야하는 사람입니다. 저희들이 비지니스도 중요하지만 항상 공익적 측면을 생각하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어야만 저희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만 4천여명 변호사를 대표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임명에 변협의 목소리를 내서 관철시킨 것도 성과입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

“저희 대한변협이 추천한 조재연 변호사님이 대법관으로 임명됐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추천한 유남석 법원장님이 헌법재판관으로, 이선애 재판관님이 임명됐습니다. 그리고 검찰총장 후보 네 분 중에 세 분이 저희 대한변협 추천 후보입니다. 그만큼 변협의 목소리가 이제 무겁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김현 회장은 한편 변호사 수 급증과, 유사직역 업무문제에 대해선 변호사단체 수장으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
“로스쿨 정원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25개 로스쿨인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너무 많고요, 20개 정도로 통폐합 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98개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꼼꼼하게 실천하는 모습이 영낙없는 변호사, 그것도 변호사단체의 수장답다고 느껴지는데,

그런데 웬일인지 김현 회장의 집무실 세 벽면은 모두 시를 새긴 목판, 액자 등으로 가득합니다. 우리 현대시 대표적 시인의 한 사람인 김규동 시인의 작품입니다.

1948년 해방된 조국에서 시인으로 등단한 뒤 1970년대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문학인단체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 활동을 거쳐, 그 후신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과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을 역임한 고 김규동 시인은 바로 김 회장의 아버지입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

“매일 보면서 아버지 생각도 많이 하고요, 그리고 아버지께서 이렇게 저한테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버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내가 좀 더 잘해야 하겠다’ 그런 생각을 항상 합니다.”

김현 회장은 과거 변협 회장들의 정치권 진출에 대한 생각을 묻자, 손사래를 치며 ‘공정하고 따뜻한 법치주의’ 정착을 위해 힘을 다한 뒤 다시 평범한 변호사로 돌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

“저도 법률가로서 평생 명예롭게 살아야하겠다, 무슨 나중에 정치라든가 권력이라든가 이런 건 가지 말아야 되겠다, 그런 생각은 항상 하고 있고요, 그리고 옳은 길로 가고요. 좀 가능하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그런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더욱 도움이 되는 그런 일을 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항상 하고 있지요.”

김현 회장은 “떠날 때 박수 받으며 떠나는 변협 회장이 되고 싶다”는 말로 1년 3개월 남은 임기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법률방송 이철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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