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열린 자신의 항소심 마지막 재판에서 울먹이며 억울함을 거듭 호소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면서, 준비해온 메모를 읽어내려가며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자신의 입장을 차분히 밝혔다.
이 부회장은 우선 자신이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이야기했다.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에서 저 이제용은 가장 빚이 많은 사람이다. 좋은 부모 만나 좋은 환경에서 윤택하게 자랐고 받을 수 있는 최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삼성이라는 글로벌 일류기업에서 능력있고 헌신적인 선후배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행운까지 누렸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살아 왔다"고 말했다.
이어 "선대 회장이신 이병철 회장님이나 이건희 회장님과 같이 능력을 인정받아 우리나라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헌신하고 제가 받은 혜택을 나누는 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다“며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제 실력과 노력으로 더 단단하고 강하고 가치있게 삼성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제 자신이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거듭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이 도와주면 제가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그런 어리석은 생각은 안 했다. 이것은 정말 억울하다. 재판장님께서 잘 살펴봐주시기 바란다“며 ”제가 왜 뇌물을 주고 청탁을 하겠냐. 어느 누구의 힘을 빌릴 생각도 없었고 빌리지도 않았다“며 재차 무죄를 호소했다.
목이 메는 듯 잠시 말을 멈추고 종이컵에 담긴 물을 마신 이 부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통령과의 독대를 인정하면서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며 함께 피고인으로 묶인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모든 게 다 제 불찰이다. 모든 것이 저와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시작됐다. 원해서 간 것이 아니고 오라고 해서 간 것 뿐이지만 제가 할 일을 제대로 못 챙겼다. 모든 법적 책임과 도덕적 비난도 제가 다 지겠다”며 “여기 계신 분들은 회사 일을 하셨을 뿐이다. 몸이 묶인 두 분 특히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사장께는 최대한 선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재판 종료 후 자리에서 일어선 이 부회장은 박영수 특검과 양재식 특검보, 파견검사 등 특검 관계자들과 모두 악수한 후 변호인 접견장으로 이동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 일부는 재판을 마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또 재산국외도피 혐의 금액에 해당하는 78억9천430만원의 추징금 명령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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