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스무 살에 합격... 우병우 전 수석과 '역대 최연소 사시 합격자' 공동 타이틀
"수재형 아니고 노력형"... 독학으로 중고교 과정 마치고 검정고시로 서울대 진학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존경"... "무지에서 비롯된 소외는 없게 만들고 싶어요"
'개천에서 용 나기' 사법시험 올해로 종언... 한 시대는 저물고 다시 새로운 한 해

[앵커]

2017년을 마무리하면서 법률방송은 올 한 해 법조계의 흐름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오늘(27일) 소개해 드릴 사람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마지막 사법시험의 최연소 합격자, 이승우씨입니다.

마지막 사시 최연소 합격, 2017년을 보내고 또 2018년을 맞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법률방송 ‘2017년 송년 인터뷰’, 장한지 기자가 이승우씨를 만났습니다.

[리포트]

1996년 11월 19일생. 이승우씨는 지난달 7일 발표된 제59회, 마지막 사법시험의 최연소 합격자입니다.

이제 만 스물한 살이 됐지만 합격 당시 만 스무살, 시청자 여러분 다 아시죠,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함께 ‘역대 최연소 사시 합격자’ 타이틀의 공동 주인공인 셈입니다.

[이승우씨]
“기쁘죠. 그런데 저는 최연소라는 것보다 일단 붙었다는 것에 굉장히 기쁜 것 같아요. (부모님은) 꼴찌라도 붙는 게 제일 좋다고 하셨거든요. 저도 일단 붙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이승우씨는 현재 서울대 국사학과 3학년입니다.

남들 다 다니는 중고등학교를 안 다니고, 집에서 독학하는 ‘홈스쿨링’을 통해 중고교 과정을 2년 만에 마치고 검정고시로 서울대에 진학했습니다.

대학 진학 3년 만에 다시 사시 최연소 합격.

‘천재’ 아니냐는 질문에 이승우씨는 손사래를 치며 자신은 ‘노력형’ 이라고 수줍게 말합니다.

[이승우씨]
“학원 안 다닐 때는 한 13시간에서 많게는 14시간까지 (공부) 했고요. 학원을 다닐 때는 거기에서 5시간 딱 빼시면 될 것 같아요.”   

법조인의 꿈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졌다고 합니다.

[이승우씨]
“조금 유치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유치원 때 들은 옛날 이야기에서 암행어사 얘기를 듣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 꿈이 구체화된 게 법조인이었고...”

사시 준비 1년 만에 1차는 통과했지만 2차에서 떨어지면서 슬럼프도 겪었습니다.

[이승우씨]
“슬럼프는 있었죠, 당연히. 작년에 2차 떨어지고 나서가 슬럼프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공부가 잘 손에 안 잡히더라구요. 최대한 평소대로 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올해가 마지막이 된 사법시험. 

이승우씨는 로스쿨을 ‘대형 연예기획사 연습생 출신 아이돌’에, 사시는 ‘공개 오디션’에 비유하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승우씨]
“(저 같은 검정고시 출신은) 로스쿨에 일단 들어가기 힘드니까. 사법고시 같은 경우는 말 그대로 공개 경쟁시험이잖아요. 그래서 오디션이라고 생각해요. (사시 폐지가) 조금 아쉽긴 한데요...”

슬그머니 같은 ‘소년 급제’ 출신 우병우 전 수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승우씨]
“같은 과정이 안 되길 바래야겠죠, 그분 하고. 그분이 결국은 말로가 좋지 않잖아요. 물론 말로가 좋지 않는데 그분의 책임이 크기는 하지만...” 

앳돼보이는 외모와 달리 사시 폐지나 존경하는 법관을 얘기할 때는 나이를 떠난 성숙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이승우씨]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선생님이 제가 제일 존경하는 법조인이세요. 일단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셨다는 것 자체가 엘리트로서의 삶을 거의 포기하시고 독립운동에 매진하셨다는 점 하고,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 후에 이승만 전 대통령 하고 계속 대립하시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 
 
정규 중고교 과정이 아닌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홈스쿨링으로 서울대에 사시 역대 최연소 합격.

언뜻 ‘금수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이승우씨는 조그만 공부방을 운영하는 부모 아래 자란, 평범하고 소박한 가정 출신의 젊은이입니다.

[이승우씨]
“어머니 같은 경우는 공부만 할 수 있게 맛있는 음식이라든지 그런 것을 해주시고 아버지께서는 제가 오전에 학원을 가는데 그러면 5시 반에 일어나셔서 6시에 저를 태우시고 학원까지 왔다갔다...”

이승우씨는 내년 3월 동료 합격자 54명과 사법연수원에 입소해 2년 간의 교육을 마치면 법조인의 길을 출발하게 됩니다. 

판·검사나 변호사. 보장된 미래. 예비 법조인으로서 그의 포부나 꿈은 뭘까요.

[이승우씨]
“저는 무지에서 비롯한 소외는 없게 만들고 싶어요. 법을 모르면 아는 사람에 비해서 손해를 많이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조금 없애고 싶어요...”

‘배워서 남 주겠다’는 이승우씨.  

사시 59회, 사법연수원 49기, 마지막 사시 최연소 합격자, 그를 평생 따라다닐 수식어입니다.

‘개천에서 용 나기’라는 말로 현대 한국사회를 상징했던 사법시험.

감동과 환희와 눈물, 숱한 사연을 남긴 사법시험은 이제 올해를 마지막으로 종언을 고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대는 저물고, 다시 새로운 한 해를 앞두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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