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분만 중 긴급상황, 제왕절개 수술... 병원에 수혈용 혈액 없어
산모 이송 대학병원은 CT 판독 4시간 후에야 혈관조영술 등 시술
법원 "제왕절개로 흔히 손상되는 혈관 아닌 곳 손상... 의료 과실"

‘오늘의 판결’, 의료사고 소송 얘기 하나 더 해보겠습니다.

인천의 한 산부인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 2015년 6월, 임신 39주, 9개월 3주 된 당시 30살이던 산모가 출산이 임박하자 이 병원에 입원해 분만촉진제를 투여받고 유도분만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태아의 심장박동 수가 갑자기 감소하는 등 응급상황이 발행하자 병원은 보호자 동의를 받아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제왕절개 수술 22분 만에 출산엔 성공했지만 산모에게서 갑자기 비정상적 출혈이 발생했고, 병원은 수혈용 혈액이 없어 즉각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분만 1시간 25분 뒤 산모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대학병원은 CT 판독 후 4시간 10분이 지난 뒤에야 혈관조영술과 색전술을 시행했다고 하고, 이 산모는 결국 3급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3부(이태우 부장판사)는 오늘(18일) 이 산모와 산모의 남편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산부인과와 대학병원에 “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산부인과 수술 과정에서 제왕절개로 흔히 손상되는 혈관이 아닌 곳이 손상됐다”며 “의료상 과실이 있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대학병원에 대해서도 “출혈이 발생한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도 즉시 출혈을 멈추기 위한 조처를 하지 못한 의료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현재 의학 수준에서 위 증상의 발생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한 점 등을 이유로 산부인과의 배상 책임을 70%, 대학병원은 60%로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산 전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이 산모는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재활 훈련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한 순간의 의료사고로 인생이 뒤틀린 겁니다.

병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병원이나 의사가 일부러야 그랬겠습니까만, 뇌 손상에 직장까지 잃고 장애 후유증에 시달리는 피해자 가족을 상대로 꼭 항소를 해야 하는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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