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한 피해자, 27개월 아이와 노모 등 일곱 식구 부양한 가장
다른 작업자 밧줄까지 자르려... 밧줄 완전히 안 끊어져 '구사일생'
피고인 "음주 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 주취감경 선처 호소
법원 "심신미약 아냐... 영문도 모른채 가장 잃어" 무기징역 선고

‘오늘의 판결’은 무척 엽기적인 범죄에 대한 법원 판결입니다.

지난 6월 8일 오전 8시 15분쯤,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옥상 근처 외벽에서 밧줄에 의지해 작업을 하던 46살 김모씨가 휴대폰으로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 사는 41살 서모씨가 휴대폰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다짜고짜 옥상에 올라가 커터칼로 김씨의 생명줄인 밧줄을 끊는 엽기적인 일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수십 미터, 13층 높이에서 속절없이 추락한 작업자 김씨는 그대로 사망했습니다.

아파트 주민 서씨는 다른 작업자 36살 황모씨의 밧줄도 자르려 했지만 천만다행으로 밧줄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아 황씨는 목숨을 건졌습니다.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씨는 법정에서 ‘음주 장애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술만 마시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잃고 제 정신이 아니게 되니 선처해 달라”는 겁니다.

울산지법 형사12부(이동식 부장판사)는 하지만 서씨의 주장을 일축하고 단호하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충동적이고 공격적으로 사람들을 살해할 만큼 심신이 미약한 상태까지 갔다고 인정할 수 없고 인지나 사고 능력도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튼 음악소리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크지 않았음에도 피고인은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피해자 가족은 영문도 모른 채 가장을 잃고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 빠졌으며, 그 충격과 아픔은 평생 계속될 수 있다”고 서씨를 질타했습니다.   

재판부는 “살인 범죄는 어떤 방법으로든 피해를 회복할 수 없다”며 “술을 마시면 충동적인 범행을 하는 피고인의 전력 등을 고려했을 때 재범 위험성이 크므로 사회와 무기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숨진 서씨는 아내와 고교생부터 이제 생후 27개월 된 아기까지, 거기다 칠순의 노모까지 모시고 사는 일곱 식구의 가장이었다고 합니다.  

술 취한 피고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주취감경’. 혹여라도 이를 사유로 한 감경이 받아들여졌다면, 안 그래도 아들과 남편과 아빠를 잃은, 노모와 아내, 아이들, 저 일곱 식구들의 가슴이 어땠을까요. 

주취감경 법률 정비 문제, 그간 여러 차례 보도해 드렸는데 정말 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 같습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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