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영장 기각했던 권순호 판사, 세번째 청구에 발부... "혐의 소명, 증거인멸 우려"
지난해 7월 '처가-넥슨 땅 거래' 의혹 이후 1년 반... 국정농단 '마지막 퍼즐' 우병우
검찰, 세 차례 영장 청구 초강수로 '적폐수사 고비' 넘어... 드라마 같았던 양측의 승부

[앵커] 두 번의 구속영장을 기각시키며 ‘법꾸라지’라고 불렸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 법원이 오늘(15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슈 플러스’, 이철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결국 영장이 발부가 됐어요.

[기자] 네, 오늘 새벽 1시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는데요.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혐의와 관련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 구속영장 발부의 주요 요건을 채웠다는 겁니다.

[앵커] 말 그대로 ‘삼세판’ 만의 구속인데, 같은 혐의로 영장을 계속 청구하진 않았을 테고, 앞서 두 차례 영장 기각 당시 상황을 복기해 볼까요.

[기자] 일단 첫번째 구속영장은 박영수 특검팀이 지난 2월 19일 청구했습니다.

당시 영장 청구 사유는 세월호 수사를 방해한 직권남용, 국정농단 방조·묵인 등 4가지 혐의였습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영장 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앵커] 두 번째 영장은 검찰에서 청구했는데, 이때는 어떤 혐의였나요.

[기자] 두 번째 구속영장은 검찰이 지난 4월 9일 청구했는데요. 일단 혐의가 8개로 크게 늘었습니다.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1차 구속영장 사유 외에, 세월호 수사 방해 관련 위증과 최순실씨의 K스포츠재단 관련 혐의 등이 추가됐습니다.

하지만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혐의 내용에 관하여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는다”며 다시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당시 우 전 수석은 검찰청사를 유유히 빠져나오면서 기자들에게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인사말’ 까지 건네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제 다 끝났다”, 뭐 그런 안도와 자신감의 발로였던 듯한데 어제 세 번째 영장심사 출석 때는 분위기가 좀 달랐죠.

[기자] 어제 서울중앙지법에는 우병우 전 수석의 3번째 영장심사 출석을 취재하기 위해 100여명 넘는 기자들이 몰렸습니다. 제 기억에는 어제가 가장 많았던 것 같고요.

굳은 표정으로 출석한 우 전 수석은 “불법 사찰이 민정수석의 통상 업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짧게 “네” 한 마디 하고는 바로 법정으로 들어갔습니다.

우 전 수석의 이런 모습에선 “검찰, 징그럽다”, 뭐 이런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번엔 뭔가 다르다”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영장심사는 점심도 거르고 5시간 넘게 진행됐습니다.

[앵커] 일단 구속돼 신병이 확보됐으니 검찰도 한숨 돌린 모양새인데, 우 전 수석 수사 일지 한 번 정리해주시죠.

[기자]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은 지난해 7월 우 전 수석의 처가와 넥슨의 강남 부동산 거래 의혹으로 시작됐습니다.

우 전 수석 처가의 강남역 인근 땅을 넥슨이 특혜 매입했다는 의혹인데, 이 의혹을 수사하던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은 쫓겨나듯 사직했고, 우 전 수석은 건재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직후인 11월 6일 검찰 특별수사팀이 우 전 수석을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로 첫번째로 소환조사했습니다.

당시 우 전 수석은 이른바 ‘레이저 눈빛’으로 취재기자를 쏘아보는가하면, 검사 앞에서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돼 ‘황제 소환’ 논란으로 여론의 엄청난 질타와 함께 새삼 주목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박영수 특검팀이 출범하면서 조사는 특검으로 넘어갔습니다. 특검은 올해 2월 18일 우 전 수석을 두 번째 소환조사한 다음날 영장을 청구했지만 앞서 전해드린 대로 기각됐고요,

특검이 활동을 마치며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지난 4월 6일 검찰 특수본이 우 전 수석에 대한 3차 소환조사를 벌여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습니다.

검찰은 이후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우 전 수석을 4번째로 소환 조사하는데, 이때 우 전 수석은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겠다” 는 묘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일 비공개로 검찰에 5번째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다음날 영장 청구, 오늘 새벽 영장 발부까지, 1년 반을 끌어온 겁니다.

[앵커] 앞으로 검찰 수사는 어떻게 될까요.

[기자] 일단 검찰은 진짜 고비를 넘겼다고 보는데요. 이번에도 영장이 기각됐다면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물 건너가는 거라는 게 중평이었습니다.

검찰은 우 전 수석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국정농단 적폐수사에 커다란 터닝포인트를 만든 동시에, 새로운 수사 동력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당장 우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동향 파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정권 실세 중의 실세였던 우 전 수석의 위치를 감안하면 그의 이같은 진술 여하에 따라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앵커] 네, 검찰 입장에선 그동안 ‘황제 소환’이니 뭐니 해서 부담이 상당했을 텐데, 극히 이례적인 동일 인물에 대한 세 번의 영장 청구도 그런 측면이 있는 거 같고요.

검찰과 우 전 수석의 수 싸움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관심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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