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근로자 노조 지부장 선출해 벌금형' 철도노조 전 대표 무죄 취지 파기환송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3일 노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전국철도노동조합 대표 이모(53)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철도노조의 성격, 노동조합법 제2조에서 규정한 근로자의 범위, 철도노조 규약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철도노조는 기업별노조가 아니라 산별노조이기 때문에 해고된 근로자도 조합원 자격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연합뉴스.

이씨는 지난 2011년 5월경 한국철도공사에서 근로자로 근무하다 2010년 1월 해임된 이모씨를 철도노조 산하 성북열차승무지부장으로, 또 비슷한 시기 철도공사에서 근무하다 파면된 홍모씨를 철도노조 청량리전기지부장으로 선출했다.

철도공사는 이같은 행위가 철도노조 규약에 위배된다며 2012년 1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시정명령을 신청했고, 서울서부지청장은 철도노조 규약 제7조, 제9조를 위반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철도노조 위원장인 이씨에게 시정명령을 내렸다. 

철도노조 규약 제7조는 "노동조합은 철도공사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철도 관련 산업 및 이에 관련되는 부대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구성한다", 제9조는 "조합원의 자격은 사망, 퇴직, 제명의 경우 자동 상실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 2심 재판부는 "철도노조 규약에 따르면 철도공사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사람에게는 조합원 자격이 없다"며 "해고자인 이씨와 홍씨를 철도노조 지부장으로 선출한 결의는 철도노조 규약 위반"이라며 이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철도노조의 규약과 활동, 조합원의 범위 등에 비추어 보면 철도노조가 '기업별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한국철도공사'라는 하나의 사업장 뿐만 아니라 '철도 관련 산업 및 업체'에 종사하는 자 모두를 조직 대상으로 하는 '산업별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노동조합법 제2조에서 규정한 '근로자'의 범위에는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돼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사람 이외에 일시적인 실업 상태에 있거나 구직 중인 사람도 포함된다. 또 일정한 사용자와의 종속관계가 전제되지 않는 산업별 ·직종별 ·지역별 노동조합이 아니라 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해고돼 근로자성이 부인될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철도노조 규약 제7조의 '한국철도공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라는 문언만을 가지고 이 규약이 한국철도공사에서 근무하다가 해고된 근로자의 철도노조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는 취지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국 해임 또는 파면의 징계 처분으로 해고된 근로자들을 철도노조의 지부장으로 선출한 이 사건 결의가 철도노조 규약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철도노조 규약을 위반했음을 전제로 한 시정명령 역시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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