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적격심사제도, 검사 임용 뒤 7년마다 적격 여부 심사
지난 2004년 이후 탈락 검사 단 1명... 불복, 행정소송 제기
1심 "퇴직 명령 재량권 남용 아냐"... 2심 "퇴직처분 취소하라"
"검찰 내부 비판, 쓴소리 하는 검사 길들이기에 악용은 안 돼"
좀 생소한 용어일 것 같은데 '검사 적격 심사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제도인데요. 쉽게 말해서 검사 직무를 계속 수행할 자질과 능력이 되는지 심사해서 '부적격'이라고 판단되면 검사 직을 박탈하는 제도입니다.
검찰청법 제39조에 따라 검사로 임용된 뒤 매 7년마다, 그러니까 검사 7년차, 14년차, 21년차 이런 순으로 받게 되는데요.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가 심사 대상입니다.
2004년 이 검사적격심사제도가 도입된 뒤 심사에서 탈락해 검사 직을 박탈당한 검사는 지금까지 딱 1명입니다. 지난 2014년 당시 14년차 검사였던 박모 검사입니다.
심사대상 기간 7년 간 복무평정 결과가 동기 검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고, 사건평정도 법률검토 미비 등 하위권에 속했다는 게 검사적격심사위원회의 탈락 사유입니다.
박 검사는 또 상부 지시를 어기고 재심 사건에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검사에 대한 징계 조치와, 혼외자 스캔들로 사퇴한 채동욱 검찰총장 사건 등 조직 내부 문제에 대해 검찰 내부 게시판에 비판적인 글을 올렸다가 상급자의 지도를 받은 ‘전력’도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박 검사는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는 최종 판단을 받고 2015년 2월 검사 직을 최종 박탈당합니다.
박 전 검사는 이에 불복해 퇴직명령은 무효라며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퇴직명령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거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박씨가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려울 정도로 능력이 모자랐거나 심신장애 등의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퇴직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잘못이 있으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박 전 검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무부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8일,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행정4부(조경란 부장판사)에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박 전 검사가 정말로 검사 직을 수행할 자질과 능력이 안 되는 건지, 임은정 검사 징계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등 이른바 ‘괘씸죄’ 요인이 더 큰지 판단은 외부에선 알 수가 없습니다.
관련해서 ‘제1회 이문옥 밝은 사회상’ 수상자로 선정된 ‘검찰 내부 고발자’ 임은정 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정치를 하려고 저런다는 말을 들은 지 5년이 넘었고, 변호사 시장이 어려워 나갈 주제는 못되고, 징계 받아 어차피 안에서 잘나갈 수 없으니 검찰에 재 뿌리려고 저런다는 말을 들은 지도 5년이 다 되어 갑니다만, 검찰을 사랑하는 마음과 검찰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는 동료들 누구보다 부족하지는 않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검찰 안팎으로부터 조직에 칼을 꽂았다거나 혼자 튀려고 저런다는 등의 비난을 들을 때, 역사 속으로 들어가 그런 비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양심을 지킨 분들을 찾아 위로를 받곤 했습니다"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아직 검찰은 바꾸어야 할 게 너무 많으니까요"
임은정 검사가 ‘절대선’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우수검사’로 까지 뽑혔던 임은정 검사도 예의 그 검사적격심사제도 심층적격심사 대상에 올라 특별사무감사를 받은 사실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에 ‘색검’ 이라는 민망한 별명을 안겨준 성추행 검사나 이른바 ‘스폰서 검사’ 들이 심층적격심사 대상에 올라 특별사무감사를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검사 직을 박탈 당한 경우도 없습니다.
검사적격심사제도가 조직에 쓴소리를 마다않는 ‘미운 털’ 박힌 검사들을 압박하고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만에 하나라도 악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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