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딸과 아들 명의 회사가 지급받은 돈 배임수재 혐의 없다"
대법원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익 취한 것도 자신이 받은 것"

 

롯데면세점 입점대가로 수십억을 받고 회삿돈을 자녀에게 지급하는 등 8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일부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유죄 취지로 다시 재판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청탁 대가로 신 이사장의 딸과 아들 명의 회사인 ‘비엔에프통상’이 지급받은 돈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가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이 역시도 신 이사장이 직접 받은 것과 같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신 이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의 일부를 깨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신 이사장이 요식업체 대표 A로부터 롯데백화점 입점 관련 청탁을 받고 자신이 받아온 수익금을 자신의 딸에게 주도록 지시해 지급받은 돈과,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롯데면세점 매장 위치 관련 청탁을 받고 자신이 지배하는 회사 ‘비엔에프통상’이 지급받도록 한 돈은 모두 신 이사장이 직접 지급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자신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며 배임수재 혐의를 인정했다.

신 이사장은 2007년 2월부터 2016년 5월 초밥집 프랜차이즈 업체 G사 대표에게 롯데백화점 입점 청탁과 함께 대가로 11억 5천6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평소 친분이 있던 군납브로커 한모씨를 통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 청탁명목으로 6억 6천여만원을 받는 등 20억 7천50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더해서 비엔에프통상에 세 딸을 등기임원으로 올려놓고 급여 명목으로 35억 6천200여만원을 지급하는 등 47억 4천여만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1심은 신 이사장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14억원을 선고하면서도, 배임수재 혐의 중 일부에 대해선 “딸이 지급받은 돈을 신 이사장이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2심은 1심이 무죄 판결한 부분 외에도 “비엔에프통상이 지급받은 것을 피고인이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배임수재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제3자를 통해 이익을 얻어도 배임수재죄로 처벌하도록 2015년 5월 개정된 형법을 2014년 9월에 범행한 신 이사장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2심은 신 이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개정 전 형법으로도 3자를 통해 이익을 얻으면 배임수재죄로 처벌할 수 있다”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딸과 유통업체를 통해 입점업체로부터 받은 돈을 피고인이 받은 돈으로 봐야 한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배임수재죄의 행위주체가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했는지는 증거에 의해 인정된 사실에 대한 규범적 평가의 문제”라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도 자신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