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교복 입은 사진 올렸다가 ‘은꼴 게시판’에 친구·선배들 사진까지 퍼져
경찰, 신고하러 간 중3 여학생에 "왜 SNS에 사진 올렸냐" "치마 길이 줄였냐, 안 줄였냐"
신고 접수도 하지 않은 경찰... "민원인이 하루에 수십명 오는데, 사건이 안 될 수도 있다"

[앵커 멘트]

법률방송 단독 보도입니다.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을 웬 네티즌이 정보 공유 사이트에 동의도 없이 퍼 나르며 성적 농담과 유희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것은 범죄일까요, 아닐까요.

대한민국 경찰에게 이런 사건은 범죄는커녕 신고 대상도 안 되는 모양입니다.

이 여학생이 경찰을 찾아가 신고했더니 ‘치마 길이를 줄였냐, 안 줄였냐‘만 묻고, ’왜 그런 사진을 SNS에 올렸냐‘고 오히려 타박을 하고 신고는 안 받아 주고 그냥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현장기획, 장한지 기자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평택에 사는 중학교 3학년 H양은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H양]
“제가 저희 친구들끼리 교복 사진을 찍었어요. 한 번 이미지 사진을. 전혀 야하거나 그렇게 보이는 사진은 아니거든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곳은 인터넷 한 정보 공유 사이트입니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은꼴 게시판‘ 이란 게 있습니다.

‘중딩’, ‘치마’, ‘다리 지린다’ 이런 따위 제목의 글들이 가득 올라 있습니다.

‘은꼴’은 순화해서 표현하면 ‘은근히 야하다’ 정도의 뜻을 가진 인터넷 약어입니다.

이 ‘은꼴 게시판’에 H양과 H양 친구들, 선배들의 사진이 본인들도 모르게 올라온 겁니다.

[H양]
“그 사진은 저만 제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으로 해놨었어요. 그런데 그 사진이 ○○ 은꼴 게시판이라는 데 올라간 거예요. 저희 처음에는 거기에 저희 사진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홍아무개’ 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이 H양과 친구들, 선배들의 사진을 마음대로 퍼 나르며 성적인 대상으로 희화화한 겁니다.

심지어 이 네티즌은 실제 얼굴을 볼 수 있도록 H양의 페이스북 링크까지 걸어놨다고 합니다.

[H양]
“저희 사진을 볼 수 있게 원본을 링크를 해 놨어요. 원본 ZIP파일이라는 것도 걸려 있었고..."

성매매 광고까지 올라오는 사이트에 본인도 모르게 올라간 사진, 이제 중학교 3학년인 H양은 심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H양]
“심지어 거기에는 저희가 아는 사람이 댓글을 달아 놓은 거예요. 솔직히 저희는 너무 수치심 들잖아요...“

극심한 수치심에 신고를 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갔다가 H양은 더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경찰이 신고는 안 받아 주고 '왜 그런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렸냐'고 오히려 타박을 했다는 겁니다.

[H양]
“그것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저희가 최근에 경찰서를 갔다 왔어요. 그런데 그 경찰 아저씨가 '교복을 줄였냐, 안 줄였냐'를 물어보시고 ‘왜 그런 글을 전체 공개로 해 놓느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시고...”

결국 ‘그 경찰 아저씨’는 H양의 신고를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H양]
“그 경찰 아저씨가 이것은 전혀 신고 될 만한 문제 안 된다고 얘기하시고 저희한테 '교복을 줄였냐, 안 줄였냐'를 물어 보시니까...”

여학생의 사진을 동의 없이 마음대로 퍼 나르는 게 정말 ‘전혀 신고 될 만한 문제’가 아닐까.

[김종휘 변호사 / MAST 법률사무소]
“그런 식으로 사진을 동의 없이 공표하고 공유했다는 것은 허락 없이 이용하거나 한 경우이기 때문에 불법행위로 고소하는 것이고, 이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를 그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가 있습니다.”

H양이 찾아 갔던 평택경찰서는 왜 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민원인이 하도 많이 찾아와 H양 사건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평택경찰서 관계자]
“민원인이 하루에 수십 명이 오는데 사진도 어떤 사진이냐에 따라서 사건이 될 수가 있고 안 될 수가 있잖아요. 당연히 안 될 수도 있겠죠...“

경찰은 지난달부터 이번달까지 두 달 간을 ‘성범죄 집중 신고 기간’으로 잡고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의 무사안일한 태도와 대응을 보고 있으면 ‘성범죄 집중 신고 기간, 성범죄 무관용 원칙, 엄중 처벌’ 이라는 말이나 하지 말지 하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듭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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