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심신 장애' 범죄 경우 감형 사유 적용... 조두순, '심신 미약' 사유로 징역 12년 선고
시민들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이어 “주취감형 폐지” 청원에 1달 만에 21만명 참여
신창현 의원 ‘조두순 법’도 발의... 해외 경우도 “음주로 인한 범죄에는 선처 없다"

[앵커]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면 형량을 깎아주는 '주취감형(酒醉減刑)' 이라는 게 있습니다. 조두순 출소와 관련해 이 주취감형을 없애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글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슈 플러스', 장한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장 기자, 먼저 주취감형이 무엇인지부터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네, 대한민국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의 사람은 처벌을 안 하거나 형을 감형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문제는 술에 취해 사물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에도 이 심신장애가 적용돼 감형 사유가 된다는 건데요. 대표적인 게 ‘조두순 사건’입니다.

당시 법원은 조두순이 만취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해서 ‘심신 미약’을 이유로 징역 12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앵커] 이 때문에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이어 주취감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무려 21만명 넘는 인원이 주취감형 폐지 주장에 동참했습니다. 지난 11월 4일에 주취감형 폐지 청원이 올라온 지 한 달 만입니다.

“똑같은 범행을 저지르고도 술을 먹었다는 이유로 봐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폐지해야 한다”는 게 청원 골자입니다.

 

[앵커] 조두순 사건은 워낙 충격이 커서 잘 잊혀 지지가 않는데 실제로 이런 사건들이 많이 있었나요. 

[기자] 네. 지난 2010년 서울, 초등학교에 침입해 학생을 납치하고 성폭행한 김수철의 경우도 “나는 맥주를 마시면 성욕을 느낀다. 범행 당시 술에 취해 경황이 없었다. 술이 원수다”며 주취감형을 주장한 바 있고요.

또 같은 해 부산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의 경우도 “평소 주량은 소주 1병인데 범행 당시에는 소주 3~4병을 마셨다. 술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피해자가 죽어있었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이듬해 4월. 수원에서 길 가던 20대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을 시도하려다가 안 되자 살해한 오원춘의 경우도 “난 술을 즐기고, 범행날도 술을 먹고 외로움을 느끼다가...”라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앵커] 주취 범죄, 통계 같은 것도 있나요. 

[기자] 네. 경찰청이 발간한 ‘2016 범죄통계’에 따르면요, 지난해 검거된 살인 및 살인 미수범 995명 가운데 40% 가까이가 음주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요. 성폭행 범죄는 30% 가까이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질러졌습니다. 

기계적,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살인과 성폭행 같은 흉악 범죄 3분의 1 정도가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해는 보이네요. 

[기자] 네,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오늘(4일) 발의됐는데요.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술에 취해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단지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감형 받을 수 없도록 한 형법 개정안, 일명 ‘조두순 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음주한 경우 등 스스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모든 경우에 감형을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음주로 인한 범죄를 선처하지 않도록 못 박았습니다. 신창현 의원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신창현 의원 / 더불어민주당]
"그 10조 3항에 보면 위험을 예견한 경우에는 제외한다고 그랬는데, 술 먹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자기가 술 먹기 전에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예견하는 사람 없잖아요. 술 먹고 범죄를 저지르면 무조건 감형의 근거가 됐어요. 그래서 위험을 예견한다는 그 내용을 삭제하자...“

 

[앵커] 해외는 어떻게 돼 있나요.

[기자] ‘주취는 범죄의 변명이 될 수 없다’라는 원칙이 있을 정도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스스로 만취해 저지른 범행은 원칙적으로 감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독일·스위스 등 몇몇 국가는 만취 우발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명정죄’라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명정죄를 저지르면 징역 5년 이하에 처합니다.

 

[앵커] 청원글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정부 관계자가 30일 이내에 공식 답변을 하게 돼 있는데, ‘주취감형 폐지’에 대해 청와대가 어떤 답변을 내놓게 될지 궁금하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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