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강남_이혼소송남_살인사건' 해시태그 운동... '경찰, 피해자 보호 미흡' 논란
가정폭력 피해자 연간 3~4만여명 중 구속 피의자 1%뿐... 수사기관도 '미온적 대처'
가정폭력 재발 우려시 경찰 및 법원 조치... 가해자 퇴거 및 접근금지까지 적극요구

[앵커] 최근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강남_이혼소송남_살인사건'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유정훈 변호사의 '뉴스와 법' 오늘(1일)은 가정폭력에 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앵커] 누리꾼들이 '#강남_이혼소송남_살인사건'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사건입니까.

[유정훈 변호사] 이혼소송 조정 중에 부인이 살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한 빌라에 찾아가 준비한 흉기로 부인을 수차례 찔러 살해하는 살인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남편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범행 전에 남편이 경찰로부터 가정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자 보호에 경찰이 너무 미흡하게 대처한 것이 아니냐'라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앵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다, 이런 말도 있었는데 정말 옛말인 거 같습니다. 그야말로 칼로 사람 베기 사건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가정폭력과 관련한 통계 같은 게 있을까요.

[유정훈 변호사] 네, 경찰청이 발표한 '가정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 가정폭력 피해자만 4만 816명에 이릅니다. 그중 여성은 3만 1천 463명, 남성은 5천 329명이었고요.

2016년의 경우 각각 3만 3천 919명, 6천 512명에 이르게 됩니다.

공식적인 통계에 잡힌 피해자만 수만명에 이르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 가정폭력이 만연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말씀해주신 통계대로라면 한 해 평균 수만 건씩 발생한다는 건데,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유정훈 변호사] 2015년 이후 발생한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10만 7천 335건, 검거 인원은 12만 5천 668명에 이릅니다. 그렇지만 가해자가 구속된 경우는 전체의 약 1%인 1천 327명에 불과했습니다.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가정폭력으로 조사를 받은 사람의 대부분이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경하게 처벌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통상 폭행 사건보다 좀 경미하게 처리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습니다. 혹시 이유나 배경 같은 게 있을까요.

[유정훈 변호사] 네, 피해변상이 이뤄지고 합의가 된다면 선처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정폭력의 경우도 이런 사유 때문인데요. 이혼을 하지 않는 한 같이 살아야 하는 상황 때문에 합의가 잘 이뤄지다 보니 경미하게 처벌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가정사라는 이유로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또 주된 요인입니다.

 

[앵커] 경찰이 부부싸움이다, 가정 폭력이다, 집안일이니까 잘 알아서들 해결하시라, 뭐 이렇게 대처를 한다는 거죠,

[유정훈 변호사] 네, 그런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정폭력으로 신고하자 경찰이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려서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다, 나도 맞고 자랐다" 이런 식의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가정 폭력을 당연시하는 발언을 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가정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을 경찰이 적극적으로 보호하기보다는 잘못된 대응으로 2차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앵커] 네, 정말 말문이 막히는데, 가정 폭력 대처 방안 같은 건 없을까요.
 
[유정훈 변호사] 네, 일단 검사는 가정폭력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경찰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법원에 격리 등 임시조치를 취할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가해자를 주거에서 퇴거시키는 등의 격리조치, 그리고 주거나 직장 등으로부터 접근을 금지시키는 조치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피해자의 대처도 상당히 중요한 것 같은데요.

[유정훈 변호사] 네, 가정 폭력은 습관적으로 이뤄지고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피해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정폭력 전문가들은 가해자가 폭력을 정당화하지 못하도록 초기에 자신의 잘못을 정확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가정 폭력은 '가정' 일이 아니라 '폭력'임을 피해자, 가해자, 수사기관도 모두 잘 알아서 2·3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할 거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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