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로 자란 A씨, 고학으로 대학 졸업 후 법학과 석사과정 재학하며 로스쿨 준비
기초생활수급자 신청했지만 '퇴짜'... "헌법상 평등권 침해한다" 헌법소원
헌재 "대학원생은 이미 고등교육 마쳐"... 개별 사정까지 국가가 다 케어할 수 없어

[앵커] 오늘(30일) ‘LAW 인사이드'는 저희 법률방송이 단독 취재한 얘기입니다.

대학원생은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없다는 현행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어떤 내용인지 이철규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먼저  헌재에 헌법소원을 낸 사람이 있을 텐데 어떤 사람인가요. 

[기자] 헌법소원을 낸 A씨는 일단 부모님이 안 계신 고아입니다. 어린 시절을 고아원에서 지냈다고 하는데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다리미 제조 공장, 구청 구두닦이 등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하면서 배움을 포기하지 않고 대학까지 졸업을 했다고 합니다.

이 청년은 자신처럼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법률적으로 도움을 주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현재 모 대학교 법학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청년이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앵커] 아주 착실하고 건전한 청년인 거 같은데 뭐가 문제인 건가요.

[기자] 결국 경제적인 문제로 귀결되는데요.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15조는 ‘자활 근로’ 라는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만 18세에서 만 64세 이하 성인의 경우 일단 일정 시간 이상 무조건 일을 해야 조건부로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외 조항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8조는 조건부 수급자 중 대학생은 제외해주도록, 즉 대학생의 경우 정해진 시간만큼 일을 안 해도 형편이 어려운 경우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A씨는 이 규정에 따라 대학까지는 이 혜택을 받았는데, 대학원에 진학해 로스쿨 준비를 하다보니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됐고, 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학업을 포기해야 되는 상황에 몰린 겁니다,  

이에 대학 때와 상황이 달라진 게 없는데 대학원생이라고 무조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헌법 11조 평등권 등을 침해받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겁니다.

 

[앵커] 이 청년의 의도를 곡해하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거꾸로 보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이 청년의 경우는 조금 많이 다른데요. 바로 ‘고아’라는 점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2조를 보면 부모가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 미혼인 만 30세 미만의 자녀도 별도로 개별가구로 인정돼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청년의 경우 고아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아예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대상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형편이 어려운 부모가 있는 경우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데, 자신은 형편을 떠나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되는 것은 너무 불합리하고 불평등하다, 이런 취지에서 헌법소원을 낸 겁니다.

 

[앵커] 헌재 판단이 궁금하네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생계 급여 제도의 취지와 한정된 재원의 한계를 고려하면 유예 대상자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대학원 재학생은 이미 고등교육을 마친 사람이니 근로 조건의 유예를 부과할 필요성이 낮고 현재의 법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 는 것이 헌재의 판단입니다.

한 마디로. 사정은 딱하지만 더 어려운 사람이 많다, 이런 개별 사정까지 국가가 다 케어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앵커] 그럼 대학원생은 무조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되는 건가요.

[기자] 네, 그렇다는 게 헌재의 판단입니다. 관련해서 헌재는 “기초생활보장법에 ‘대학원 재학 중인 사람’과 ‘부모에게 버림받아 부모를 알 수 없는 사람’을 법에 따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앵커] 그럼 이 청년은 학업과 생계를 병행할 방법이 전혀 없는 건가요.

[기자] 아주 없지는 않은데요. 많이 어렵습니다. 일단 로스쿨을 장학금을 받고 다닌다는 가정 하에 행정소송을 내서 근로유예 결정을 받고 기초생활수급자에 선정되는 방법이 있는데요. 쉽지는 않습니다.

[앵커] 안타깝네요. 어떤 수가 좀 났으면 좋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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