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1년 사이 네 번 소환,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겠다"
'우병우의 1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 견강부회와 본말전도
검찰, 국정원 국장에 불법사찰 지시 등 혐의 세 번째 영장 청구 검토

[앵커 브리핑]

우병우 전 민정수석 얘기 이어서 더 해보겠습니다.

(29일) 검찰에 출석하며 우 전 수석은 “지난 1년 사이에 포토라인에 네 번째 섰다.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숙명’ ‘받아들인다’... 뭔가 의연하고 숙연해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우 전 수석 발언의 방점은 ‘헤쳐 나간다’에 있는 듯합니다.

우 전 수석이 말한 ‘지난 1년’, 우 전 수석이 검찰에 처음 소환된 것은 지난해 11월 6일입니다.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복기해 보겠습니다.

지난해 7월,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 처가와 넥슨의 수상한 강남 땅 거래 의혹, ‘코너링이 좋다’는 우 전 수석 아들의 의무경찰 꽃보직 의혹 등이 처음 언론에 보도됩니다.

이에 대한 우 전 수석의 대응은 해당 언론사 고소였습니다.

논란의 와중에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합니다.

감찰 진행 중에 일부 감찰 내용이 특정 언론을 통해 보도됩니다.

이어 8월 18일,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이라는 단체가 이석수 감찰관을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합니다.

이튿날인 8월 19일 김성우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특별감찰관 내용 유출은 국기 문란” 이라고 화살을 이석수 감찰관에 쏩니다.

‘국기 문란’, ‘정윤회 십상시 문건’ 유출 때도 나온 말입니다. “문건 유출은 국기 문란이다”, 상황도 내용도 일관성이 있습니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 쳐다보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보고 뭐라 하는, ‘우병우 지키기’를 위한 견강부회와 본말전도의 시작입니다.

이석수 감찰관은 ‘문고리 3인방’의 전횡 논란에 대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말한 “의혹만으로 사람을 내친다면 누가 내 옆에 있겠느냐”는 말을 인용해, “의혹만으로는 사퇴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정부 방침 아니냐”며 버팁니다.

“객관적, 중립적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던 검찰 특별수사팀은 8월 29일, 우 전 수석 가족회사 정강의 회계법인과 특별감찰관실을 공정하게 같이 텁니다. 방점은 물론 후자에 있습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검찰 압수수색 당일 항의의 표시인지 우병우 수석의 힘을 절감한 포기인지, 청와대에 사표를 냅니다.

이튿날 청와대는 “우병우 수석의 거취는 변한 게 없다”고 선을 그어주며 우 전 수석을 보호합니다.

유아무야 묻히는 듯했던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은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가 터지면서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11월 6일 우 전 수석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됩니다. 첫번째 검찰 소환입니다.

검찰에 출석하며 우 전 수석은 질문하는 여기자를 노려보는 바람에 ‘레이저 눈빛’ 이라는 별칭을 얻고, 검찰 조사실에서 팔짱을 끼고 파안대소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황제 소환’ 이라는 신조어를 남깁니다.

이어 우 전 수석은 특검과 검찰의 두 차례에 걸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시키며 ‘법꾸라지’라는 민망한 별명을 얻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우 전 수석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등 불구속 재판.

재판정에 증인으로 나온 장시호씨는 “민정수석실이 수집한 인사검증 자료를 이모 최순실이 받아 봤다”고 증언합니다.

청와대 전 행정관은 “우병우의 지시로 삼성 승계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고 증언합니다.

문체부 전 운영지원과장은 “우병우 민정수석실에서 블랙리스트 비협조 문체부 공무원 좌천 인사를 지시했다”고 증언합니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제 없다’는 우병우의 보고를 받고 ‘최순실 공개’ 건의를 묵살했다”고 증언합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우병우가 일주일만 있으면 잠잠해질 텐데 왜 감찰에 착수하느냐고 전화했다”, “우병우의 감찰권 남용이라는 불만과 비협조에 특별감찰관실 직원들이 위축됐다” “우병우 아들의 의경 보직은 청탁에 의한 명백한 특혜”라고 증언합니다.

법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이 나올 때마다 우 전 수석은 ‘픽’ 하는 특유의 냉소를 보냈습니다.

네 번의 검찰 소환과 두 번의 구속영장 기각. 검찰은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나온 이런저런 증언과 물증,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의 비선보고와 말맞추기 증거인멸 시도 등 구속 사유는 차고 넘친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이번에도 우병우 전 수석이 ‘법꾸라지’라는 별명에 걸맞게 본인 표현대로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검찰의 행보와 법원의 판단, 그 결과가 몹시 궁금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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