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농지 수탈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불법구금과 폭행, 형사처벌을 당한 고 이영복씨의 유가족이 50년 만에 재심에서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은 29일 이씨의 장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의 원심을 확정했다.

박정희 정부는 1960년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 조성 명목으로 농민들이 경작하던 서울 구로구 구로동 일대 농지를 강제로 수용하고, 농민들이 소송을 제기하자 사법 탄압했다.

그 피해자 중 한 명인 이씨는 1950년 농지개혁법에 따라 분배받은 구로동 소재 토지를 정부가 수탈하자 1967년 주변 땅주인 46명과 정부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박정희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정부가 패소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를 받은 법무부 장관은 이를 허위 분배농지 문서를 이용한 사기사건으로 규정하고 소송을 제기한 농민 등 소송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씨에게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고, 이씨는 이 과정에서 폭행 등 가혹행위와 불법구금을 당했다. 결국 소송 관련자 143명은 석방 및 불기소처분을 조건으로 소를 취하했다.

이같은 탄압에도 이씨는 소송을 계속 진행했으나 1979년 사기미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다.
2008년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당시 형사사건이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결정하면서 이씨의 장남은 재심을 청구했고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어 이씨의 유가족은 민사사건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해당 토지의 시가 상당액인 32억여 원 및 1999년 1월 1일부터의 법정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분배농지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을 동원해 조직적·체계적으로 공권력을 남용해 불법구금, 폭행, 가혹행위 등을 가해 소취하나 권리 포기를 강요하고, 재판과정에서 일부 증인들에게 협박·기망으로 허위증언을 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국가가 상환곡 수령을 거절하고 일대를 구로공단으로 조성하는 등의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원고들은 이 사건 분배농지에 대한 수분배자로서 땅을 취득했을 것이나, 국가의 불법행위로 이를 취득하지 못했고 결국 손해가 현실화됐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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