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직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야당 의원 등에 적발
검찰, '공동감금' 혐의 기소... 1·2심 "감금 아니다” 무죄 판결
검찰, 무죄 판결 불복 상고... “기계적 상고 지양” 입장에 부합하나

[앵커]

법률방송 단독 보도입니다.

일파만파 파장이 커지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국정원 댓글 사건', 그 발단은 지난 2012년 대선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씨가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론 조작 댓글 공작을 벌이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에 적발된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입니다.

당시 검찰은 여론 조작 댓글이라는 본질이 아닌, 민주당 의원들에 의한 ‘국정원 여직원 감금’ 프레임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기소까지 했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은 1,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법률방송이 검찰 상고 이유서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검찰 상고 이유서를 바탕으로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재구성해봤는데, 검찰 잘못된 관행 개선 차원에서 기계적 상고를 지양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문무일 총장이 이 사건 상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고검이 대법원에 낸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 상고 이유서입니다.

강기정, 문병호, 이종걸, 김현 등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피고인’으로 돼 있습니다. 

죄명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공동감금'입니다. 

이에 대한 검찰 공소사실 요지입니다.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은 국정원이 심리전단 내 직원 수십 명이 국정원 외부에 비밀 근거지를 마련해서 조직적으로 야당 후보를 반대·비난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방법으로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국정원 여직원 김00의 거주지를 알아내 집결해 피해자에게 컴퓨터, 노트북, 휴대폰 등 증거자료 제출을 요구하였다“,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11년 12월 11일 자정 무렵부터 12월 13일 11시 경까지 약 35시간 동안 피해자를 오피스텔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감금하였다”고 돼 있습니다.  

요약하면 국정원 직원이 댓글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해당 여직원에게 컴퓨터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오피스텔 앞을 떠나지 않은 것이 ‘공동 감금’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검찰 기소에 대해 1, 2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거기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감금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피해자로서는 언제든지 문을 열고 나올 수 있었으나 그럴 경우 피고인들에게 노트북과 컴퓨터 등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스스로 밖에 나가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원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한 마디로 국정원 댓글 조작 증거자료인 컴퓨터를 뺏길까봐 국정원 여직원이 스스로 안 나온 것일 뿐, 감금이 아니라는게 1, 2심 재판부의 일관된 판단입니다. 

[전우정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공포심 때문에 오피스텔 밖으로 못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그 복구 불가능하게 하는 작업을 하느라고 스스로 오피스텔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검찰은 그러나 1,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냈습니다.

“실제 피해자가 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막은 행위가 있어야만 감금죄가 성립한다“는 원심 판결이 이른바 '법리를 오해했다'는 것이 검찰 상고 이유입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상고 이유서에서 “감금죄의 신체적 활동의 자유는 ‘현실적 자유’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자유’에도 포함하여 해석하여야 함에도 이를 원심이 자의적 축소 해석했다“고 적었습니다.

검찰 상고 일자는 지난 7월 13일. 7월 24일로 잡혀 있던  문무일 새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를 불과 열흘 앞두고 상고장을 제출한 겁니다. 

[김현 /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지금 국정원 적폐청산 TF에서 1호 사건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 즉 ‘댓글 공작’과 관련된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무죄 난 것을 굳이 지금 검찰이 상고를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지난 8월 취임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그동안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검찰의 잘못된 과거사와 관행 개선 차원에서 기계적인 상고는 지양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검찰의 잘못된 관행 개선 차원에서 기계적인 상고는 지양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하게 천명한 문무일 검찰총장.

문무일 총장이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 1, 2심 무죄 선고와 이에 대한 검찰 상고는 기계적 상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 상고를 취하하지 않는 다른 이유나 배경이 더 있는 건지, 문 총장의 의중이 궁금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