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과정서 아이 뇌손상... 현대해상, 상해보험금 지급 거부
현대해상 "출생 전에 뇌손상... 태아는 출생해야 피보험자"
법원 "인보험 목적은 생명·신체 보호 ... 태아도 피보험자 지위"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보험계약 등 꼼꼼히 따져야

'오늘의 판결', 임신과 태아보험 얘기입니다.

김모씨는 아이를 임신 중이던 지난 2010년 2월, 자신과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현대해상 상해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아이를 출산하다 뜻하지 않은 사고라도 생길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이런 보험은 납입한 보험료가 아까워도 보험금 받을 일이 안 생기는 게 제일 좋겠지만, 김씨는 5개월 뒤 여아를 분만하는 과정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아이가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은 겁니다.

김씨는 출산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보험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현대해상은 거부했습니다.

우리 민법은 "태아는 어머니 몸에서 전부 노출됐을 때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태아는 출생 시 피보험자가 되는데 이 사고는 출생 전 태아인 상태에서 발생했다” 즉, 아이가 태어난 뒤 뇌손상을 입은 것이 아니라 태어나기 전에 엄마 뱃속에서 뇌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것이 현대해상의 논리였습니다.

그러면서 현대해상은 선심 쓰듯 ‘그래도 1천만원은 줄테니까 향후 일체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부제소 합의’라는 걸 받고 1천만원을 줬다고 합니다.

“보험사에서 그러니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갔던 산모 김씨는 나중에 어디서 다른 얘기를 들었든지 아니면 다시 보험계약서를 꼼꼼히 들여다봤든지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대해상을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 판결이 오늘 나왔는데, 법원은 현대해상이 산모에게 준 1천만원을 제외한 1억 7천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인보험의 피보험자가 반드시 권리나 의무의 주체여야 할 필요는 없다. 인보험의 목적이 생명과 신체 보호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태아에게도 피보험자 지위가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입니다.

법원은 그러면서 “김씨는 사고가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현대해상의 잘못된 설명을 듣고 향후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며 “잘못된 안내를 받은 채 이뤄진 합의는 무효”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산모와 현대해상이 맺은 보험계약은 ‘출산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고, 보험기간은 체결일부터 시작하는 걸로 계약이 돼 있었다고 합니다.

보험 가입을 유도할 때와 막상 보험금을 줄 때, 아무리 어디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합니다.

보험사가 보험금 못 준다고, 지급 대상 아니라고 해도 계약서 등 다시 한번 꼼꼼히 들여다보시고 따질 게 있으면 따지시기 바랍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우리 민법의 대원칙입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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