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 빠졌던 3명...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3명 영장 발부 달라진 이유는
이병호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자금 요구해 상납" 영장심사서 진술... 영장 '기각'
"청와대 지시였다" 진술 남재준, 이병기 전 원장은 구속... 시인·부인도 힘들었던 그들

[앵커] 박근혜 정권 남재준·이병기·이병호 국정원장들의 법원 영장실질심사 명암이 엇갈렸습니다.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은 영장이 발부됐고, 이병호 원장은 기각됐습니다.

이들 전직 국정원장들이 ‘죄수의 딜레마’에 처했다는 것이 이 사건을 취재한 이철규 기자의 말입니다.

이 기자, 주된 혐의가 똑같은 청와대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인데 누구는 구속되고 누구는 풀려나 집으로 갔어요. 일단 구속 사유부터 볼까요. 

[기자] 네, 남재준·이병기 두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영장은 오늘 새벽 1시쯤 발부됐는데요.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행을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중요 부분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습니다.

[앵커] 범죄 혐의도 인정되고 증거인멸 가능성도 있다는 건데,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호 전 원장 영장은 왜 기각된 건가요. 

[기자] 네, 권순호 부장판사는 “주거와 가족, 수사 진척 정도 및 증거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게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는데요, 한마디로 증거인멸 여부 가능성이 영장 발부와 기각을 갈랐다 이렇게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앵커] 재판부가 누구는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고 누구는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달리 판단한 이유나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네, 영장 심사 과정에서 나온 이병호 전 원장의 ‘깜짝 발언’이 영장 기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인데요.

이병호 전 원장은 영장 심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자금을 요구해 특수활동비를 제공했다” 이렇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병호 전 원장의 예기치 못한 깜짝 발언에 옆에 있던 변호인마저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을 요구했다는 진술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법원이 이병호 전 원장이 진실 규명에 적극 협조하려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거 아니냐, 이런 해석입니다.

반면 남재준, 이병기 전 원장의 경우 돈을 전달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청와대 요구’라고 두루뭉술하게 진술했는데요. 이런 진술 태도가 영장 발부 여부를 갈랐다는 분석입니다. 법률사무소 JT 문종탁 대표변호사 얘기 한 번 들어보시죠.

[문종탁 변호사/ 법률사무소 Justice&Truth 대표변호사]
“무죄 추정의 원칙 하고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국정원장 출신들이라 도주 우려까지 이것을 고려가 되냐 이런 부분은 논란이 있기는 합니다. 범죄의 중대성에서 형량이 커지면 도주할 우려가 있다 이것과 연결을 시키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세 전직 국정원장들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얘기는 뭔가요.

[기자] 네, 죄수의 딜레마는 예를 들면 죄수들이 모두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면 모두 징역 3년, 모두 시인하면 징역 7년, 일부는 시인하고 일부는 부인하면 시인한 사람은 징역 1년, 부인한 사람은 징역 10년, 이런 건데요.

이병호 전 원장이 박 전 대통령 요구를 시인하면서 나머지 두 원장도 이른바 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 된 겁니다.

끝까지 부인하자니 가중 처벌을 받을 것 같고, 인정하자니 지난 세월 지내온 이른바 ‘의리’가 있고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겁니다.

실제 검찰은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 씨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한 피고인에 대해 먼저 형량을 깎아 구형하는 등 진실 규명에 적극 협조한 사람들을 적극 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검찰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네, 일단 이병호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임 기간이 가장 길어 전체 상납 금액 40억 가운데 25~26억원을 상납해 나머지 두 원장의 상납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습니다.

여기에 이른바 ‘진박 감정용’ 청와대 불법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제공한 정치관여 혐의 등 혐의만 놓고 보면 세 명의 국정원장 중에 가장 혐의가 무겁다는 것이 검찰 판단입니다.

이에따라 검찰은 이병호 전 원장을 다시 불러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 요구 경위 등을 다시 조사한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는 이제 정말 불가피해진 거 같네요.

[기자] 네, 전직 국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요구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만큼 말씀하신대로 박 전 대통령 조사는 이제 시기와 방법만 남은 형국인데요.

검찰은 세 명의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보강 수사를 벌인 뒤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돈을 요구한 경위와 사용처 등을 조사할 계획입니다.

형식은 박 전 대통령의 상황 등을 고려해 구치소 방문 조사 형식으로 이뤄 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아가 어디다 썼는지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 졋으면 좋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