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년 걸린 수사와 재판 끝에 "패터슨이 진범" 확정 판결
고 조중필씨 유족, 패터슨‧에드워드 상대 4억 6천만원 손배소 제기
패터슨 변호인 "에드워드, 감옥에서 범행 시인... 패터슨 무죄” 주장
"O. J. 심슨 사건처럼 형사재판과 민사재판 결과 달라질수 있다"

[앵커]

무고한 대학생을 무참히 살해한 이른바 ‘이태원 살인 사건’ 희생자 고(故) 조중필씨 유족이 가해자들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첫 재판이 오늘(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습니다.

대법원에서 살인 확정 판결을 받은 패터슨의 변호인은 민사재판에서 “새로운 증거”라며 “에드워드가 교도소에서 살인범임을 자인했다”며 패터슨의 무죄를 다시 주장했습니다.

패터슨의 변호인은 이태원 살인 사건이 한국 판 ‘O. J. 심슨 사건’이라고도 주장했는데, 장한지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997년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당시 홍익대 2학년이던 조중필씨가 흉기에 무참히 찔려 사망합니다.

용의자는 당시 18살이던 미국 국적의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

애초 에드워드가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가, 다시 패터슨이 살인 혐의로 기소되는 등 오락가락 우여곡절 끝에 결국 대법원은 지난 1월,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징역 20년을 선고합니다.

"패터슨이 조중필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다“는 것이 당시 대법원 판단입니다.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입니다.

애초 사건 발생일로부터 무려 20년에 걸친 수사와 재판, 고 조중필씨 유족은 지난 5월 패터슨과 에드워드를 상대로 4억 6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열린 민사소송 첫 재판.

패터슨의 변호인은 민사소송 법정에서 “패터슨은 결단코 살인하지 않았다”며 강경한 어조로 대법원 판결을 부인하는 주장을 쏟아냈습니다.

패터슨의 변호인이 무죄 주장 근거로 내세운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거짓말 탐지기입니다.

패터슨의 변호인은 “정확도 97%인 검찰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5번 다 진실로 나왔고, 에드워드는 전부 다 거짓말로 나왔다“는 겁니다.

거짓말 탐지기가 거짓으로 나온 걸 모면하기 위해 에드워드 리가 한국말을 잘 못하는 것처럼 위장했다는 것이 패터슨 변호인 주장입니다. 

패터슨의 변호인은 그러면서 “새로운 증거” 라며 “19년 전 에드워드가 감방에 있을 때 유창한 한국말로 다른 재소자한테 ‘살인을 해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패터슨 변호인은 그러면서 “이 재소자를 증인 신청했는데 출소 후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서 증인으로 출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에드워드가 감옥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다, 패터슨은 범인이 아니다‘라는 게 패터슨 변호인의 오늘 민사재판 주장입니다.  

이에 재판부가 “형사 재판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거냐”고 묻자 패터슨 변호인은 벌떡 일어서며 격앙된 어조로 ‘O. J. 심슨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O. J. 심슨 사건’은 지난 1994년,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미국의 유명 미식축구 선수 출신 O. J. 심슨 재판을 말합니다.

당시 심슨은 초호화 변호인단을 동원해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유족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선 살인 유죄가 인정돼 거액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았습니다.

패터슨 변호인은 형사와 민사 재판 판단이 뒤집어진 O. J. 심슨 사건을 언급하며 "패터슨은 무죄"라고 거듭 주장한 겁니다.  

이에 대해 원고인 고 조중필씨 유족 측 변호인도 기자에게 "형사재판 결과와 민사재판 결과가 다를 수 있다“며 패터슨의 살인 여부가 민사재판에서도 쟁점이 될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에드워드의 변호인은 오늘 민사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이태원 살인사건’ 손해배상 소송이 형사와 민사 재판 결과가 엇갈린 ‘한국판 O. J. 심슨 사건’으로 비화할 것인지.

재판부는 다음 변론 기일을 내년 1월 11일로 넉넉하게 잡았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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