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 영장실질심사 출석
"청와대 지시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 대체로 시인
전 국정원장 3명,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운명 같이 하나

[앵커]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3명 모두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똑같은 혐의로 한 날(1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3명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힌 사람들인데, 잘못 맺은 인연이 악연이 됐습니다.  이철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 한 정권에서 차례로 국정원장을 지낸 인사들이 같은 날 법원에 불려나왔습니다.

이들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같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3명 다 좀 지친 표정으로 약속이나 한 듯 아무 말 없이 법정으로 들어갔습니다.

[남재준 / 전 국정원장]
(특활비 청와대 요구를 인정하신겁니까?)

"..."

노무현 정부의 육군참모총장이었던 남 전 원장은 2007년 대선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국방안보특보를 맡으며 ‘박근혜의 사람’이 됐습니다.

2012년 대선 때도 남 전 원장은 박근혜 후보의 안보특보로 곁을 지켰고,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 자리를 꿰찼습니다.  

이병기, 박근혜 정부 두 번째 국정원장과 박 전 대통령의 인연은 남 전 원장보다 더 오래됐습니다.

2004년 이른바 ‘차떼기’와 탄핵 역풍을 맞아 한나라당이 초토화됐던 시절, 이병기 전 원장은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천막 당사’ 아이디어를 내 박근혜 당시 대표 눈에 들었습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모사로 쭉 곁을 지킨 이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 초대 주일대사를 거쳐 국정원장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내내 ‘비단길’을 걸었습니다.  

이병기 전 원장은 국정원을 떠나면서는 이병호 후임 원장을 강력 추천했고, 이병호 전 원장도 그렇게 박근혜의 사람이 됐습니다.

이들은 모두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돈을 줬다”고 혐의를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악연도 인연이라고,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3명의 전직 국정원장들은 청와대 상납 관련 박 전 대통령과 결국 끝까지 운명을 함께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는 오늘 밤 늦게나 늦어도 내일 새벽엔 결정됩니다. 법률방송 이철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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