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전 남친으로 생각"... 현대카드 사내 성폭행 논란과 '준강간' 성립 요건
"술에 취해 전 남친으로 생각"... 현대카드 사내 성폭행 논란과 '준강간' 성립 요건
  • 유재광 기자, 김수현 변호사
  • 승인 2017.11.16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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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여직원과 성관계... 검찰, 피소 남성 '준강간' 혐의 수사 후 불기소
준강간, 거부의사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심신상실·항거불능 상대 성관계
법원 "완전한 의식불명 상태여야 항거불능"... "고소 전에 사과부터 받아야"

[앵커] 현대카드 사내 성폭행 논란 등을 계기로 이른바 "Me Too, 나도 당했다"는 자기 고백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인터넷 청원 글들이 봇물처럼 올라오고 있는데요.

김수현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 오늘(16일)은 준강간 얘기해보겠습니다.

 

[앵커] 김 변호사님, 이 'Me Too' 고백을 촉발한 현대카드 사내 성폭행 논란 이게 뭐 어떤 건가요.

[변호사] 현대카드 위촉계약직 26살 여성이 회식 이후에 다른 남성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자신의 집에서 술을 더 마셨는데요.

우선 남성 팀장이 먼저 잠에 들었고 여성도 만취해서 그 후에 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남성 직원 한 명은 그대로 자기 집에 돌아갔는데, 그 이후에 여성이 남성 팀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사건입니다.

회사에도 신고를 했는데 사건 해결에 미온적이었고, 경찰에도 신고를 해서 '준강간' 혐의로 수사가 진행됐는데 결국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따라서 남성이 그 이후에 여성을 무고죄 및 명예훼손 혐의로 지금 고소한 상태입니다.
 

[앵커]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데 혐의가 준강간이에요. 강간이면 강간이고, 강간미수면 강간미수이지 준강간은 뭔가요.

[변호사] '준강간'이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서 간음 또는 강제로 추행하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정신기능에 장애가 있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할 수 없거나 심리적,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정신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는 사람을 간음 또는 강제추행 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앵커] 이 경우는 너무 취해서 '싫다, 좋다' 의사표시를 할 상태가 아닌 여성을 상대로 성관계를 해서 준강간이라는 뜻인가요.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준강간이 성립을 하려면 사람이 그런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이어야 합니다.

이번 현대카드 사건과 관련된 불기소 처분 이유서를 살펴보면 당시 해당 여성이 술에 취해 있긴 했지만, 성관계를 하는 점에 대해서 가해자와 할 의사는 없었지만, 당시 전 남자친구와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렇게 인식을 했다라고 진술을 한 것으로 나옵니다.

따라서 준강간이라고 판단이 안 된 것인데요.

이런 정도의 의식이 있는 상황이라면 준강간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앵커] 뭐 그러니까 술이나 약물에 취해서 완전히 이른바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이어야 한다는 건데 항거불능의 기준에 같은 것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있나요

[변호사]  심신상실이란 예를 들어 아주 깊은 잠에 빠지거나, 인사불성의 상태가 될 정도로 만취가 돼서 완전 무의식 상태에 있는 걸 말합니다.

또 판례는 강한 종교적 믿음 상태에 빠진 신도들을 교회 노회장이 강간한 사안에서 신도들이 이런 강한 종교적 믿음 상태에 빠졌다면 심리적,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있었다고 판단이 되므로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판정한 바가 있습니다.

 

[앵커] 술 같은 경우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으면 항거불능 상태로 안 본다는 얘긴가요.

[변호사] 네, 의식이 있는 상태여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상태라면 준강간으로 처벌을 받긴 어렵습니다.

 

[앵커] 그 경우에는 다른 거로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건 없는 건가요, 그럼.

[변호사] 다른 성범죄 요건, 예를 들어 그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 등의 행위가 사용되었다면 일반 강간죄가 성립을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앵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겠지만, 만약 여성 입장에서 이런 경우를 당했다고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 건가요.

[변호사] 강간죄의 객체가 사실 종전의 '여성'에서 요즘에는 '사람'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에 '여성 입장'이라기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이런 성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는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당시 그 상황을 설명하고 입증할 수 있을 만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만약에 피해자 입장이라면 가해자에게 내가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 전에 우선 가해자에게 연락을 취해서 당시 상황에 관한 최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건물 내부나 골목에 설치된 CCTV 영상 그리고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 자신들과 함께 있었던 주변인들의 진술 등을 통해서 입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건을 당한 피해자라면 트라우마가 굉장히 오래갈 것이기 때문에 정신상담을 통해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앵커] 일단 '사과' 같은 걸 받아놓고 그걸 가지고 고소를 하던지 그렇게 하라는 말씀인가요.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앵커] 현대카드 여직원의 경우에 '애초 왜 집에 남자들을 데려와서 술을 먹었냐' 이러면서 여자를 탓하는 댓글도 많이 달렸던데...

같이 술 마시는 게 성관계에 동의한 건 아닐 텐데 좀 보기가 그렇던데, 아무튼 남성이든 여성이든 억울한 피해 없이 명명백백하게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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