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문 전 장관, 삼성 합병 건 잘 챙겨보라는 박 전 대통령 지시 인지하고 범행”
박 전 대통령·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영향 줄 듯... 검찰, 항소심 판결문 증거 제출 예정

[앵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습니다.

주목해 봐야 할 것은 항소심 재판부가 청와대의 개입을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의미를 김효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린 문형표 전 장관은 무표정한 얼굴로 빠르게 법정으로 들어갔습니다.

문 전 장관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늘 문 전 장관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복지부 공무원 등을 합병에 찬성하도록 유도했다”고 질타했습니다.

국민연금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들의 행동으로 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대주주에게는 재산상 이익을, 연금공단에는 손해를 가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연금공단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찬성에 따른 최종 수혜자가 이재용 부회장임을 적시한 겁니다.

재판부는 나아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청와대와의 연관성도 직접 거론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최원영 전 고용복지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챙겨보라는 지시를 받은 점”을 언급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문 전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 사건 합병 안건에 대한 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를 잘 챙겨보라는 지시를 적어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박 전 대통령이 삼성 합병 건을 잘 챙겨보라는 지시를 내렸고, 문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의 그런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인지했고, 이에 따라 문 전 장관이 삼성 합병을 위해 연금공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앞서 1심은 문 전 장관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청와대의 지시나 개입 여부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뇌물죄 성립의 필수 요건은 대가성과 청탁 여부입니다.

삼성 합병을 잘 챙겨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합병 찬성 최종 수혜자는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문형표 전 장관에 대한 오늘 항소심 판결.

검찰은 항소심 판결문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재판에 증거로 제출할 계획입니다.

법률방송 김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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