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원장 "국민께 심려 끼쳐 송구... 국정원 직원에 부담 줘 대단히 미안"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피의자 모두 "청와대 지시로 상납" 진술
검찰 "박 전 대통령 조사 필요, 방법 시기 검토"... 조만간 방문조사 가능성

[앵커]

박근혜 정부 두 번째 국정원장을 지낸 이병기 전 원장이 국정원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혐의로 오늘(13일) 검찰에 불려나왔습니다.

남재준, 이병호 전 원장에 이어 이병기 원장까지, 단일 사건으로 한 정권의 국정원장 모두가 피의자로 검찰에 불려 나오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겁니다.

먼저 불려나온 남재준, 이병호 전 원장처럼 이병기 원장도‘국정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이철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검찰에 불려나온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국민께 송구하다"면서, 국정원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 가득한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

“안 그래도 위상이 추락되어 있는 우리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서도 이문제로 인해서 여러 가지로 제가 부담을 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이병기 전 원장은 2004년 한나라당이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큰 궁지에 몰렸을 때 박근혜 당시 대표에게 ‘천막당사’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통령의 모사입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초대 주일대사를 거쳐 국정원장,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박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남재준 전 원장 시절 월 5천만원대이던 상납 액수가 이병기 원장 들어 1억원대로 불어난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

“들어가서 있는 대로, 제가 아는 대로 소상하게 진술할 예정입니다.

앞서 검찰에 소환된 남재준 전 원장 등도 오늘 이병기 전 원장처럼 작금의 사태에 대해 국가와 국정원 걱정 발언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지난8일)]

"국정원 직원들은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고의 전사들입니다. 이런 참담한 현실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낍니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 (지난10일)]

"국정원이 큰 상처를 입고 흔들리고, 약화되고 있습니다. 크게 걱정됩니다."

국정원 걱정은 걱정, 남재준, 이병호 전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요구로 특활비를 상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남 전 원장은 특히 “원장 몫 활동비를 달라고 해서 치사하게 생각했다“는 진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국정원 특활비 ‘전달자’ 역할을 한 문고리 3인방,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도 “대통령 지시로 돈을 받았다”고 혐의를 시인하며 책임을 박 전 대통령에게 미뤘습니다. 

국가 안보 수호의 보루 국정원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된 현실이 참담하고 걱정된다는 게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들의 한결같은 말입니다.

이런 참담하고 걱정스러운 현실을 만든 당사자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누군가의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 이라는 단어가 생각나 씁쓸합니다. 법률방송 이철규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