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진입금지 지하차도서 검은 옷 입고 가만히 서 있어
냉동차 운전자,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차량으로 치어 중상
법원 "보행자 서 있을 수 있다고 예상 어려워"... 무죄 선고

‘오늘의 판결’, 교통사고 얘기입니다.

새벽에 냉동차를 운전하던 50대 운전자가 서울의 한 지하차도에서 거의 끝나는 지점에 서 있던 사람을 치어 중상을 입혔습니다.

통상 자동차가 전방에 있던 사람을 치면 이른바 ‘전방 주시 의무’ 위반으로 크든 작든 어느 정도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게 일반적입니다.

지난해 12월 9일 오전 3시 40분쯤 발생한 사고입니다. 

도봉구 창동 편도 2차로 지하차도에서 냉동차를 운전하던 52살 박모씨가 지하차도가 끝나는 지점에 서 있던 45살 김모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차로 치어 뇌손상 등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혔다고 합니다.

차에 치인 김씨는 당시 어두컴컴한 지하차도에서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합니다.

냉동차 운전자 박씨는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는데 배심원 7명 중 4명은 무죄, 3명은 유죄로 평결했습니다.

유무죄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기울지 않고 배심원 의견이 나름 팽팽하게 갈렸는데,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 13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오늘(9일) 박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사고 발생 지점은 차량만 통행할 수 있는 지하차도 안쪽이었다”며 “박씨가 보행자가 서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무죄 판결 사유를 밝혔습니다.

"사고 당시는 늦은 밤이었고 피해자 김씨가 검은 옷을 입은 채 차량을 등지고 가만히 서 있었다. 박씨가 김씨를 미연에 발견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 설명입니다.

사고를 당한 김씨가 칠흑같은 새벽에 왜 검은 옷을 입고 지하차도에 들어가 차를 등지고 가만히 서 있었는지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인피 사고’가 나면 사고를 낸 운전자도 강한 트라우마를 겪는다고 합니다. 

다친 사람도 안타깝지만, 이 사건 냉동차 운전자 박씨도 적지않은 정신적 충격을 겪었을 것입니다. 재판 받느라 마음고생도 상당했을 겁니다.

너무 뻔한 말이긴 하지만 ‘안전이 제일이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건은 검찰이 굳이 항소를 안 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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