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朴대통령과 '독대' 등 조사 검찰 "대통령 조사 관련한 전 단계 " 이재용 부회장 8년 만에 검찰 출석

'최순실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박근혜 대통령과 지난해 7월 '비공개 면담'을 했던 7대 그룹 총수들을 12, 13일 이틀 동안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해 조사했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검찰에 출석했다.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은 2008년 2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이후 8년 만에 검찰에 나왔다.

검찰은 삼성의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에 대한 '35억 특혜 지원' 의혹과 관련해 지난 8일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 미래전략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최씨와 삼성의 관계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삼성 미래전략실 등 핵심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을 소환 조사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검찰에 출두한 것은 2006년 4월 1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대검에 소환된 이후 10년 만이다.

정 회장은 12일 오후 2시쯤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밤늦게까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검찰 출석 사실은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독대'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대신해 참석했던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12일 오후 3시부터 자정을 전후한 시간까지 조사를 받았다.

김창근 의장은 청와대 비공개 면담 및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낸 이유, K스포츠재단 측로부터 추가 출연금 80억원을 요청받은 과정 등에 대해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청와대 독대와는 다른 이유로 검찰에 출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 측은 조 회장이 지난해 7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17명을 초청한 오찬 간담회에는 참석했으나, 이후 이틀 동안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7명과 비공개 면담한 자리에는 나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13일 오전 검찰에 나온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경질'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최씨 측의 압력으로 지난 5월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경질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조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문희상 의원 처남 취업청탁 의혹에 연루된 지난해 9월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검찰이 대기업 총수들을 잇달아 부르면서도 비공개 조사를 진행한 것은 최순실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지나친 배려'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해당 기업들의 간곡한 요청에 의한 것"이며 "대통령의 대기업 회장 독대를 먼저 조사하지 않고서는 대통령 조사를 할 수 없다"며 대기업 총수들의 원활한 수사 협조와 이들이 일단 참고인 신분인 점 등을 고려해 비공개 소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어제, 오늘 총수들을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특별히 편의를 봐준 게 아니며 대통령 조사와 관련한 전 단계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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